십년 후의 나에게
오랜만에 비디오 업로드! 1년 전에 만든 음악과 영상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십 년 후의 나에게 영상 편지를 써 보았습니다! /// 중산간도로를 타고 오다가 멈춰 표순이와 숲으로 갔어 사람들이 없는 숲을 걷는 걸 좋아해 등산은 싫어 오래되고 휘어진 나무 아래서 표순이와 잠시 앉아 있었어 바람이 불고 새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지 표순이는 새소리가 나는 곳이 어딘지 알아보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어 새를 잡지도 못할 거면서 마음 같아서는 풀어주고 싶지만 더 이상 표순이를 숲에서 풀어주지 못해 미친 듯이 달려가면 다시 잡기가 힘들거든 나무엔 연두색의 새로운 잎들이 폭발하듯 돋아나고 있고 향긋한 꽃냄새와 풀냄새가 났어 제주에서 봄이 제일 좋아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는 이 짧은 순간 생명이 폭발하는 순간 하지만 그 순간을 어떻게든 잡아보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잠시 숲속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것 뿐이지 그런 순간은 사진이나 비디오에 담기지 않아 온 몸으로 느끼는 그 무엇 어쩌면 한 해의 최고의 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그런 느낌 야외에서 음악을 녹음하려고 샀던 비디오카메라에 일 년 전에 녹음했던 이상한 음악이 있었어 어떤 음악이었는지는 다 까먹었지 우연히 재생시켜 봤는데, 오두막에서 아이패드 심플러 앱과 루프 앱을 써서 즉흥곡을 만들었더라 이펙터를 써서 우주로 날아가는 느낌의 멜로디도 있고 반팔에 파리도 날아다니는 걸 보니 작년 여름이었던 것 같아 그 이후로는 음악을 잘 만들지 않았거든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소설은 계속 썼지만 근 삼사년동안 꾸준히 백곡의 음악을 만들었어 피아노를 배우고, 전자악기를 사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배우고, 숲에도 가고 뭔가 목표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하고 싶어서 백곡은 연습으로 만드는 거고 그 중에 더 좋은 곡을 추리거나 다음에 또 더 좋은 곡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어 다 만들고 나니 뭔가 열정이 사라진 거야 좀 모자라긴 해도 반짝거리는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 순간이 베스트였던 것이었을지도 모르지 백곡을 채우는 게 목표라서 그랬던 걸까? 십년 후의 너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십년 전의 나는 지금쯤 내가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고, 멋진 집과 자동차를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일 년간 조금 우울했을지도 몰라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 어쩌면 더 나아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냥 갱년기나 호르몬 때문일지도 모르지 벚꽃은 지고, 유채꽃도 지고, 나뭇잎의 색깔도 점점 깊어지겠지 피아노와 악기에는 먼지도 쌓이고 십년 후의 네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그 때가 좋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지금이 하이라이트였다고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뭔가를 성취했을 때가 아니라, 반짝거리는, 그게 뭔지도 모르지만, 그 무언가가 있었을 때일지도 모르니까 지금 내가 가진 건 뭘까? 십년 후의 네가 알려줄 수 있으면 참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