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한 세계-김경철을 기리며
2020 5.18 문학상 신인상 시부문 당선작 5.18 기념재단. 한국작가회의. 계간 문학들 공동주관 고요한 세계-김경철을 기리며(유국환) 들을 수 없어도 나는 보았지요 꺼칠한 손으로 애교머리를 쓸어내리는 여동생의 꿈을 말할 수 없어도 나에게도 꿈이 있었지요 기와를 굽더라도 어무이 배곯지 않게 하겠다고 갸가 어릴 때 경기가 왔는디 나가 뭘 모릉께 마이싱을 많이 맞아부럿제 그 이후로 귀가 먹어버렸어 사람들이 유행가에 어깨를 들썩이는 날이었지요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 한강교 밑을 당신과 나의 꿈을 안고서 흘러만 갑니다 너 데모했지, 연락병이지? 어디서 벙어리 흉내 내? 손사래질 위로 햇살보다 몽둥이가 먼저 쏟아졌습니다 까마득한 곳에서 어무이 말소리가 들렸지요 내일 하고 모레면 부처님 오신 날인디 갸가 기와를 굽다가 가운데 손가락이 짤려부렷어 다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데 요래조래 찾아봉께 가운데 손가락 없는 애가 눈에 딱 들어오던 걸 올해로 마흔 번 아들을 죽였다고 말하지만 울 엄니가 아들을 쓰다듬을 때마다 시커먼 땅속에서는 파란 잔디와 뜨거운 햇살이 살아 난다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