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초월한 예수 그리스도의 인터뷰
맑은 아침빛이 갈릴리 호숫가를 물들이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듯한 몽환적 풍경 속에서, 작은 어선들이 고기를 잡으려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오가고 있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누군가 다가와 다정한 눈빛으로 미소 지으며 말을 건다 예수님: “안녕하십니까? 이곳까지 찾아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무엇이 그대를 이 먼 길로 이끌었는지 궁금하네요 ” 나는 깜짝 놀라 그분을 바라본다 흰옷을 단정히 걸치고 있으나, 웬일인지 하늘 아래 ‘특별한 빛’이 그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맞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기원후 1세기 유대 땅에 오셔서 복음을 전했다는 분,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 예수님을 지금, 직접 인터뷰하게 된 것이다 성필원: 예수님, 현대인 대부분은 성경 이야기로만 선생님의 삶을 접해왔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이야기는 그리 많이 전해지지 않는데, 스스로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예수님: 네 나는 나사렛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육체의 아버지로 알려진 요셉은 목수였고, 어머니 마리아는 나를 경건하게 키워 주셨지요 어릴 때부터 유대교 전통에 따라 회당에서 율법과 예언서를 배우며 자랐습니다 많은 이들이 내 탄생을 특별하게 여기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그저 평범한 동네 아이였다고 말하고 싶군요 성필원: 성경에는 탄생 기사(마태복음, 누가복음 등)가 인상 깊게 기록되어 있지요 특별한 별(동방박사)이나 마리아의 수태고지 이야기도 있고요 당시부터 예수님의 삶이 ‘신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셈이네요 예수님: 그 점에 대해선 나보다도 어머니나 주변 사람들이 더 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나는 그저 자연스럽게 율법과 전통을 배웠고, 자라나며 하느님(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성필원: 예수님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신 건, 세례 요한과 만난 뒤 세례를 받은 사건(마가복음 1장 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 광야에서 40일간 시험을 겪은 것도 유명한 일화인데요 예수님: 그렇습니다 세례 요한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고 외치던 예언자였지요 나는 그에게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았고, 그때 하늘이 열리는 듯한 체험을 했습니다 이후 광야로 나아가 기도와 금식의 시간을 보냈는데, 욕망과 두려움에 관한 여러 내적 시험을 겪었죠 그 시험을 통해 “하느님 나라(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라”는 사명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성필원: 바로 그 “하느님 나라의 도래”가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이기도 하지요? 예수님: 맞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정치적 왕국이나 물리적 권력을 연상하지만, 내가 말하는 ‘하느님 나라’는 사랑과 정의, 자비와 진리로 이루어진 영적·윤리적 질서이기도 합니다 그 나라는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열려 있으며,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이들’이 환영받는 세계이기도 하지요 성필원: 예수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가르침으로는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이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하는 팔복이나, “원수를 사랑하라” 등 인류에게 큰 울림을 준 말씀들이 수록되어 있지요 예수님: 그렇습니다 내 가르침은 율법을 폐하러 온 게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온 것이라 말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옛 법이 있지만, 나는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마저 사랑하라”고 했고요 사람들은 이 말이 너무 급진적이라며 놀라곤 했지요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자기 영역만의 안전’이나 ‘보복’ 너머에 있습니다 하느님이 죄인도 용납하듯, 우리도 사랑과 용서를 실천해야 서로가 새로워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성필원: 다른 예언자나 현인들도 사랑과 윤리를 말했지만, 예수님 말씀 속에는 특히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이 강조된 듯합니다 이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체감시키셨나요? 예수님: 나는 종종 비유로 가르쳤습니다 예컨대 ‘돌아온 탕자(누가복음 15장)’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가 집 나간 아들을 다시 받아들이듯, 하나님도 회개하는 죄인을 기쁘게 맞아주신다는 걸 보여주었죠 ‘선한 사마리아인(누가복음 10장)’ 비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민족 구분을 뛰어넘어 서로를 돕는 사랑이야말로 참된 이웃 사랑이라는 점을 일깨우려 했습니다 성필원: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은 단순한 설교자나 학자라기보다, 병자들을 치유하시고 귀신 들린 자들을 해방시키는 기적들도 많이 행하셨습니다 이 부분을 의심하거나 오해하는 이들도 많았는데, 어떻게 설명하실 수 있을까요? 예수님: 나는 병든 자, 소외된 자, 죄인으로 분류된 이들과 자주 어울리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병이 낫거나 정신적으로 해방된 경우들이 있었지요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하나님의 능력이다”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사기”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님 나라’가 가까워졌다는 표징으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회복이 임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사회적·영적 관계가 새로워지는 것이 중요하죠 성필원: 어떤 의미에서, 예수님이 “하나님과 함께한다”는 확신을 병자들과 약자들을 통해 보여주신 셈이네요 사회 밖으로 밀려났던 이들과 식탁을 함께했던 기록도 많습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들은 이를 크게 비판했는데요 예수님: 네, 당시 바리새인이나 율법학자들 중 일부는 정결 규칙과 종교적 규범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세금 징수원이나 창녀, 나병환자 등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왜 죄인들과 함께하는가?”라고 비난했지요 하지만 내가 전한 메시지는 “건강한 자에게 의사가 필요 없고, 아픈 자에게 필요하다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는 것입니다 소외된 자들을 돌아보지 않는 종교는 그 본래 정신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요? 성필원: 예수님은 열두 사도를 중심으로 제자 공동체를 만드셨고, 수많은 사람이 뒤따랐습니다 그중에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 등 어부 출신도 있었고, 세리 출신인 마태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이들을 어떻게 하나로 이끄셨나요? 예수님: 각자의 배경은 달랐지만, 모두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었지요 또 내게 “주님, 진리를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스스로 찾아온 자들도 있었고요 중요한 건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라는 새 계명을 지키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은 때때로 서로 다투고, 실수를 했지만, 그 와중에도 함께 기도하며 길을 찾았습니다 나는 그들을 통해 “사랑의 공동체”가 어떻게 세상에 퍼져 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성필원: 예수님이 그토록 강조하신 ‘자기희생’이나 ‘섬김’의 정신은, 제자들에게도 큰 숙제였겠군요 예수님: 맞습니다 “너희 중에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했지요 세속적인 권력구조가 아니라, ‘서로 섬기는’ 공동체가 되길 바랐습니다 신앙이란 단지 말이나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실천이니까요 성필원: 그러나 예수님은 결국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 충돌하시고, 로마 총독 빌라도의 재판을 받아 십자가형을 선고받으셨습니다 기독교 역사에서 이 사건은 ‘구원’의 핵심적 순간으로 해석되는데, 예수님 본인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예수님: 내가 전한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는 기존 권력 질서와 종교 체계에는 상당히 불편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체포되고 모함받아 십자가에 달리는 일조차 받아들여야 했지요 제자들은 “메시아가 왜 죽어야 합니까?”라며 혼란스러워했지만, 나는 “곡식 한 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라는 비유로 설명하곤 했습니다 큰 사랑과 희생이 결국 새로운 생명을 열기 때문이라고 믿었습니다 성필원: 십자가 위에서의 고통은 얼마나 극심했을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복음서에는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신 장면도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조차 ‘용서’를 외치셨다니… 예수님: 모진 고문과 조롱 속에서도 내가 붙잡았던 믿음은 “하나님은 인간을 구원하기 원하신다”는 진리였습니다 사람들은 그 죄가 무엇인지조차 깨닫지 못한 채 나를 못 박았지요 하지만 죄악에 묶여 있는 그들도 구원받아야 할 대상이기에, 나는 용서를 구하며 내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성필원: 기독교 신앙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예수님의 부활’입니다 복음서에 따르면, 제자들이 예수님이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신 걸 목격했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이 믿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 예수님 본인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예수님: 부활 사건은 나 자신조차 ‘설명한다’기보다 “하나님의 능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죽음을 뛰어넘는 생명의 역사가 일어난 것이지요 제자들은 나를 다시 보고, 두려워하던 마음이 기쁨과 소망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이로써 그들은 ‘십자가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죄와 죽음을 넘어서는 구원의 길이 열렸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후 제자들이 예루살렘과 온 세계로 흩어져 복음을 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필원: 부활 신앙이 단지 예수님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새 생명의 가능성”을 알리는 표징이라는 말씀이군요 예수님: 네, 죽음이 결코 마지막이 아니며, 사랑과 용서는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믿음이 다를 수 있으니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사랑은 절대 헛되지 않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성필원: 현대로 넘어온 지금, 많은 사람이 종교·문화·이념 갈등 속에서 서로를 증오하고 상처 주는 현실을 겪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보신다면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예수님: “서로 사랑하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