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K] 전주 풍남문 분향소 철거 논란…해법은? / KBS  2023.02.14.

[이슈K] 전주 풍남문 분향소 철거 논란…해법은? / KBS 2023.02.14.

https://news.kbs.co.kr/news/view.do?n... #이슈K #전주 #풍남문 #분향소 #이태원참사 #전주시민분향소 #세월호 [앵커] 이슈K 시간입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100일이 지났는데요, 서울광장 분향소를 두고 유족측과 서울시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전주 풍남문 광장에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전주시가 당장 철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혀 당분간 자리를 지키며 추모를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세월호 분향소' 상황에 비춰보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있습니다. 사회적 참사의 추모와 기억의 공간,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채민 이태원참사전북시민대책위 집행위원, 오정현 KBS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정현기자, 먼저 풍남문에 자리한 이태원참사 전주시민분향소 현재, 어떤 상황인지 말씀해주십시오. [기자] 전주 풍남문광장에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꾸려진 건 지난해 12월 29일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로 한 달 반 정도 운영되고 있고요. 전라북도 연고를 둔 희생자, 공식적으로는 10명의 영정을 안치하고 추모하고 있습니다. 오늘(14일) 오후 서울에서 유가족 측의 기자회견이 있었죠. 녹사평역과 서울광장, 두 곳에 설치된 분향소를 서울광장 분향소로 통합 운영한다는 내용인데, 이렇게 서울에 설치된 분향소 말고는 지방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분향소가 여기 풍남문 분향소입니다. 풍남문광장 분향소는 원래 참사 100일 추모제가 열린 지난 5일까지 운영하고 자진 철거하기로 협의가 돼 있었는데, 유가족 요구 사항 중 하나죠, 독립적인 조사 기구가 마련될 때까진 자리를 지키겠다, 이렇게 마음을 바꿔서 지금 계속 운영되고 있습니다. [앵커] 채민 위원님, 이태원참사 전북시민대책위는 어떻게 결성됐고, 앞으로 분향소를 어떻게 지키겠다는 계획인가요? [답변] 지난 해 12월 전북지역 희생자 유가족과 지역시민사회가 만나는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참사 이후부터 줄곧 제대로 된 절차나 답변을 만나지 못했던 유족들, 참사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황망한 마음만 가지고 있던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는데요. 무엇보다 전북지역에도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있음을 알렸으면 한다는 유족의 의견이 있었고 이에 공감한 시민사회가 대책위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간담회 이후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12월 29일에 국가 책임 인정과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시민분향소를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분향소를 열 당시엔 참사 100일이 되는 2월 5일까지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그렇게 40여일이 지나는 시간 동안,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의지할 곳 없는 전북 유족들이 소통과 위로의 사회적 공간이 분향소라는 점을 얘기해주셨고요. 이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참사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구성이 될때까지 유가족과 아픔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분향소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대책위도 이러한 입장을 존중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전주의 분향소는 매일 오전10시에서 저녁6시까지 열립니다. [앵커] 오정현 기자, 전주시가 당장은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철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철거 관련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가족들은 바라지 않았지만, 이태원참사는 지나치게 정쟁으로 비화됐고요. 서울광장 분향소, 내일 강제 집행이 예고돼 있는데, 지금 갈등이 최고조입니다. 추모는 뒷전이 됐다는 개탄이 나오는 이유고요. 이렇게 되면 진상규명 등 본질적인 부분의 장기 표류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전주시가 언제까지 기다리느냐, 입니다. 광장이란 게 공공재이고, 누군가가 잡아놓고 쓰려면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전주시 입장입니다. 또 점용료도 내야 합니다. 이런 행정 절차 없이 설치한 고정 시설물이기 때문에 불법이고, 행정기관이 이걸 부정할 순 없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전주시는 일단 분명하게 분향소를 차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 계고장 보냈습니다. 다만 이후로는 서울시처럼 계속 계고장을 날리고 있진 않습니다. 대신, 유족과 언제 천막을 거둘지 시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대화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앵커] 이태원참사 분향소가 있는 전주 풍남문 광장에는 세월호 분향소도 있죠. 세월호 분향소는 지난해 강제 철거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었는데요,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분향소 전주시가 다르게 판단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전주시가 얘기하는 건, 일단 세월호 참사는 전주와 직접 연관성이 사실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또 풍남문에 있는 것처럼 천막 형태의 세월호 분향소는 이제 전국 어디에도 없다고 말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직접 연관이 있는 안산과 진도, 인천 등은 건물 내부에 별도의 시설, 기억관을 꾸려서 운영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천막 형태의 세월호 분향소가 풍남문 광장에서, 지금 9년 째 운영 중이거든요. 전주시는 여기가 한옥마을 바로 앞인 만큼, 많은 관광객 또 많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놔야하지 않겠느냐, 이런 입장입니다. 주변 상가와 시민들로부터 많은 민원이 있었던 것도 맞습니다. [앵커] 채민 위원님, 이런 전주시 입장에 대해 분향소 관련 시민단체는 어떻게 보시는지? [답변]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재난참사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의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한 적극적인 조치로서 재난참사로 고통 받는 유가족들의 피해와 아픔이 치유되고 온전히 애도할 수 있도록 할 의무도 있을 것입니다. 희생자와 피해자들의 존엄이 함부로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살아갈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도 참사예방의 절차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헌법상의 명시된 국가의 책무를 지키라고 시민들이 요구하고 함께 책임을 지고자 하는 활동으로서 희생자 추모도 있을 것입니다. 이태원 분향소의 경우는 전주시가 뒤늦게나마 유족들의 마음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살폈다고 생각하는데, 행정의 입장에서 사회적 참사의 추모 공간을 앞서 얘기한 내용을 반영해 살폈으면 합니다. [앵커] 오정현 기자, 그래서 세월호 분향소는 현재 어떤 단계인가요? [기자] 전주시는 우범기 전주시장이 취임하고, 세월호 분향소 철거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7월 연거푸 세 차례 계고를 내면서 의지를 드러냈고요. 천막에서 쓰는 전기를 끊기도 했습니다. 전주시는 "실내 기억공간을 두고 논의하자, 먼저 철거해달라"라고 세월호 분향소 쪽에 전했는데, 실내 공간이라는 큰 틀에서는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그런데, 시민사회단체 제안서에 담긴, 철거보다 먼저 공간을 제공하라, 또 유지관리와 상주 인력을 전주시가 책임져 달라, 이 요구를 두고 전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를 넘긴 지금까지 합의는 안 되고 있습니다. 사실 사회적 참사가 반복될 때마다 분향소, 추모 공간을 두고 소모적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참사의 아픔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사회적 장례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미국이 9·11테러 이후 유족 의견수렴 과정을 길게 거치는 것 처럼, 우리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민주적으로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앵커] 채민 위원님, 그렇다면 이런 갈등을 수습하고,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려면 어떻게 해야될까요? [답변] 기억과 추모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 전에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재난참사의 진상규명,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의 절차가 제대로 되고 있느냐는 부분일 것입니다. 또한 희생자 유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언제까지 그럴 것이냐’는 말의 칼을 던지기 전에, 재난참사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서 사회적 참사의 추모의 공간과 시간, 나아가 추모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을 비롯한 시민 여러분께서 이 부분을 헤아려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향후 월별로 추모제도 열릴 예정이며, 전주 외에도 정읍 등에서 시민들의 힘으로 분향소가 운영되고 추모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지역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분향소를 방문해주시면 좋겠고. 분향소 지킴이를 함께 하실 수 있으니 대책위로 연락을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립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촬영기자:한문현/글·구성:진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