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플룻[Panflute] 남궁옥분 / "재회" (1985) 하프스타 연주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는 가수이자 시인이다. 시집을 낸 가수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가 작사한 노랫말은 곧바로 서정시라서 하는 말이다. 양희은의 '한계령'이 그렇고, 남궁옥분의 '재회'가 그렇다. '한계령'이 수준 높은 한편의 서정시라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재회'는 어떤가? 많은 사람이 '한계령'이 더 시적이라고 하겠지만, '재회' 역시 그에 못지않다. 사실 '한계령'처럼 자연을 소재로 하여, 시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자연의 섭리와 인간사를 대비시키는 것만으로도 시적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사, 그중에서도 만남과 이별을 노래한 노랫말로 수준 높은 서정성을 획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인의 만남과 이별에 문학적인 수사(修辭)를 가미하여, 문학성을 더하려는 노력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문학성이 아니다. 그것은 질 낮은 비유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재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예컨대, "사랑을 하면서도 우린 / 만나지도 못하고 / 서로 헤어진 채로 우린 / 이렇게 살아왔건만"에는 어떤 수사적 표현도 없다. 다만 사실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을 뿐이다. 문장을 독해하는 수준에서만 말한다면, 운문이 아니라 산문이다. 하지만 남궁옥분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