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하기 좋은 직업의 함정…'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뉴스브릿지] / EBS뉴스 2024. 02. 12](https://krtube.net/image/POhBPWb4Zjw.webp)
여자 하기 좋은 직업의 함정…'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뉴스브릿지] / EBS뉴스 2024. 02. 12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예전부터 '여성이 하기 좋은 직업'이라고 여겨지는 직업들이 있었는데요 여성의 진로 선택에 미치는 요인과 그 속에서 나타나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짚어본 책이 나왔습니다 이슬기, 서현주 작가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 함께 쓰신 책인데 제목이 굉장히 강렬합니다 이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어떤 내용 담았습니까? 이슬기 작가 /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네, 사회가 말하는 이른바 여자 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직종들이 정말 여자들에게 하기 좋은 직업이었는지를 묻는 책입니다 저희가 주목한 4가지 직업이 있는데요 교사, 간호사, 승무원, 그리고 방송 작가입니다 이들 직업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일하는 대표적인 여초 직종이고요 저희는 이들 직업에 종사하는 전·현직 종사자 32명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여성들의 대학 진학이나 직업 선택 과정 등에서 이른바 'K-도터' 한국의 딸들에게만 적용되는 '가성비 서사'가 있었다라는 점을 발견했고요 뿐만 아니라 가정과 일터에서 모두 돌봄을 수행하도록 이들 직업들이 강제하는 면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 책에서는 왜 이 여성들이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는가에 주목을 하셨습니다 어떤 점들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서현주 작가 /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우리는 진로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할 때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조언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만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인데요 저희가 만난 여초직군 종사 인터뷰이들은 상당수 가정 형편이나 형제 관계 등 눈앞의 실질적인 조건을 많이 따졌습니다 또한 해당 직군의 성별, 임금 격차가 덜한지 결혼 상대로서 그 직업이 사회적으로 어떤 평판을 받는지도 무시할 수 없었는데요 이는 엘리트 전문직을 제외한 평균 여성 노동시장의 스펙트럼이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희는 진단을 했습니다 결국 많은 K-도터들의 진로 선택이 개인적인 결정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커다란 사회 구조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서현아 앵커 32명의 인터뷰이 가운데 18명이 전·현직 교사였습니다 사실 이 교사라고 하면 예전부터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 1순위로 꼽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최근에는 스스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서현주 작가 /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2023년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교사들의 사직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임금 대비 극한의 노동 강도에서 오는 부조화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이는 비단 교육 공무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이고, 지방직 공무원이나 공기업 저연차 직원들의 이탈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입니다 교사의 사직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본다면 가르치는 일을 본질에 둘 수 없는 학교 구조의 문제고요 행정업무와 학부모 민원 등 대면 업무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기까지 해야 하는 강도 높은 돌봄 감정노동이 교사들이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 중증 질병이나 자살 등 일터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교사들 스스로 이 직업을 유지하다가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즉 이 일이 더 이상 안전한 직업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리고 이 여초 직군들의 공통적인 문제로 또 돌봄에 주목을 하셨습니다 직장에서의 돌봄은 또 무엇일까, 궁금해지는데요 어떻습니까? 이슬기 작가 /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돌봄 노동은 사회나 가정에서나 모두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주목한 직군들 가운데서는 돌봄의 속성을 필연적으로 갖고 있는 직업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성 종사자에게만 더욱 강요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살펴보면 돌봄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 같은 경우는 나이가 비교적 어린 여성 교사가 많이 배치됩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돌봄교실 관련 행정 업무 같은 경우도 돌봄이라는 이유로 여성 교사들에게 돌아가는 식입니다 반면 생각해 보시면 남성 교사는 과학이나 체육이라든지 학교 폭력 같은 업무를 많이 맡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돌봄 노동은 아직까지는 사회적으로 좀 폄하되는 노동이기 때문에 직업에서 돌봄이라는 요소가 부각되면 부각될수록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같은 학교여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학교급이 낮은 교사 교사들은 돌봄을 이유로 직업적 전문성을 그러니까 교육자라는 타이틀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요 간호사 같은 경우는 의사와 달리 환자들에게 아가씨 등으로 호명되는 일이 생겨나기도 하는 게 현실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 밖에도 이 여성들로 하여금 직장을 때려치우게 만드는 이유들이 있을까요? 이슬기 작가 /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이제 직군별로 말씀을 드리면 교사 같은 경우는 이제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교사의 노동권을 시스템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행태라거나 교육 외의 다른 업무에 종사하게 한다거나, 학부모라는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교육 소비자주의의 만연,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고요 간호사 같은 경우는 과밀 병상이라는 말로 요약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환자 수 대비 간호사가 너무 적고 그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게 사실이고요 교사들도 이랑 비슷하게 과밀학급 학생 수 대비 교사가 적은 상황을 계속해서 겪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책에도 썼지만 여초직업군 전반이 필수 유지 인력으로서 사회에서 착즙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32명의 인터뷰이와 인터뷰 마치고 또 느끼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땠습니까? 서현주 작가 /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저희가 만난 32명의 인터뷰이들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한 발 떨어져서, 직업이 가지고 있는 구조를 보려고 노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각기 처한 현실과 대처 방법은 달라도 거시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놀라운 점이었고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례자들이 직업을 수행하면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경험했다는 거였어요 이는 몸 쓰는 일이 더 힘들다고 여기고 감정노동으로 지친 사람에게 개인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었다고 보이는데요 저희가 발견한 여초직군의 고질적인 문제였습니다 32분의 인터뷰 말고도 저희가 미처 만나지 못한 직때녀들, 또 앞으로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갈 예비 직때녀들에게도 응원의 말씀을 보냅니다 이슬기 작가 /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인터뷰 중에 제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중에 하나는 라디오 작가를 원래 꿈꿨었는데 부모님이 강권하셔서 보육교사가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이제 저와 온라인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혹시나 옆방에 계신 어머니가 들으실까 봐 목소리를 낮추더라고요 그래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권해서 어머니가 좀 원망스러웠지만 딸이 안정적인 직업인으로 살기를 바랐던 그 마음도 제 친구는 알았기 때문인데요 사실 여자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게 여성에게 불리한 노동 시장에서 그나마도 여성에게 유리한 직업이라는 이유로 부모님들이 많이 권하셨거든요 근데 우선 조건은 사실은 이렇게 성차별적인 노동시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서현아 앵커 누구나 원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이 당연한 권리 가질 수 있도록 구조를 바로잡아야 된다라는 지적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구조 속에서 정해진 길을 벗어나서 또 저마다의 진로를 꿈꾸는 여성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어떤 말을 해 주시고 싶습니까? 서현주 작가 /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저 역시 사직을 고민할 때 먼저 교사를 그만둔 분들의 사례를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사직이 정답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평생 직장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여성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리고 싶었고요 이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분들께는 지금 어디에 계시든 늘 자신의 내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이슬기 작가 / 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사실은 저도 이 책을 쓰면서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가 되었거든요 이제 원래 다니던 언론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저는 직업을 그만두는 분들뿐만 아니라 그 현장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계시는 분들도 알을 깨는 여자들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분들의 삶을 응원합니다 그런데 직업적 현실 때문에 어려움이 있고 고통이 있으시다면 1차적으로는 주변에 있는 여성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시청자님들께 권합니다 서현아 앵커 하루하루 정말 고된 현실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최선 다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알을 깨는 모든 여성들의 삶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