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의 순간" 분필로 쓰고 맨발로 지워… ‘ㄱ’ 향한 달팽이걸음 - 이건용 화가 -

"ㄱ의 순간" 분필로 쓰고 맨발로 지워… ‘ㄱ’ 향한 달팽이걸음 - 이건용 화가 -

그것을 쓰기 전까지 모든 것은 미완(未完)이었다. 한국의 1세대 전위미술가 이건용(79)씨가 전시장 바닥에 검은 종이를 깔기 시작했다. 8m 남짓 이어진 하드보드지(紙) 위에서 그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짓단까지 걷어올렸다. 관람객이 모두 빠져나간 6일 오후 7시, 종이 위에 쪼그려앉은 이씨는 분필을 쥔 채 본인 팔의 가동 범위만큼 갈지자 선을 그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전매특허 ‘달팽이걸음’ 퍼포먼스다. 팔이 선을 그으면, 뒤따르는 발이 그 선을 지웠다. “쓰고 지우는 상황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말했다. “분필은 지워짐을 전제한 매체다. 우리는 적고 또 무수히 폐기한다. 그 과정이 더 훌륭한 발상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한글 창제”를 은유한다. 조선일보 기사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