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시 이기철 / 낭송 이정연 / 영상제작 서미영 [영상시/낭송시/명시] 시 영상세계

[시낭송]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시 이기철 / 낭송 이정연 / 영상제작 서미영 [영상시/낭송시/명시] 시 영상세계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 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 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 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 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