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제작노트]   예술의 힘은 위로와 동행

[현장스케치 제작노트] 예술의 힘은 위로와 동행

광화문으로 향했다 버스킹 현장 스케치를 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촬영이다 오늘 현장을 기록하려 나선 이유는 2019년에 기록했던 양혜경 선생님을 다시 뵙고자 했기 때문이다 넋전춤이라는 예술 행위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그 의미가 궁금했고 오늘은 어떤 연출을 하실지 기대되었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모르겠다 버스킹의 첫 순서는 뮤지션 김민정 님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을 위한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순서는 오카리나 연주자 김은정 님이었다 나는 오카리나가 도자기 흙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추운 날씨에 언 손으로 연주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날씨 탓에 음이 달라지고 소리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습기가 악기 안에서 얼어버리기 때문이란다 연주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 모습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중요한 것은 소리의 정확성이 아니라, 열악한 상황에서도 예술로 위로하고 동행하려는 의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생각이 모두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한 어르신이 주최 측 관계자에게 버스킹 현수막의 검은 리본이 마땅치 않다고 항의하며 말했다 "제 부모가 죽었어 봐! 한 달 동안 이러고 있겠냐고!" 생각의 다름을 인정해야 하지만 순간적으로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같은 연령대의 또 다른 시민 한 분은 손녀 둘을 데리고 가다 내 카메라 트라이포드 앞에서 아이들을 조심시키고는 내게 핫팩을 건네며 짧게 말했다 "힘내세요 " 순간 울컥했다 나는 단지 내 필요에 의해 현장을 기록하러 나온 것뿐이었다 내가 격려받을 자격은 없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도 예술로 시민을 위로하려는 그들이야말로 응원받아 마땅하다 제작 노트가 길어졌다 상황이 되는 대로 기록할 예정이다 이 기록이 오래 지속되지 않기를, 그리고 추운 날씨에 예술가들도 더 이상 힘들지 않기를 바란다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탄핵 인용과 파면이 답이라는 짧은 생각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