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서양 철학사 / 버트런드 러셀 / 플라톤의 영혼 불멸설

러셀 서양 철학사 / 버트런드 러셀 / 플라톤의 영혼 불멸설

파이돈의 이름을 따서 지은 대화편은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 생애의 마지막 순간, 곧 독배를 마시기 직전부터 독배를 마신 다음 의식을 잃은 순간까지 나눈 대화를 묘사한다. 여기서 최고 현명하고 선하며 죽음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플라톤의 이상적인 인간형이 등장한다. 플라톤이 묘사한 죽음 직전의 소크라테스는 윤리적인 면에서 고대에나 근대에나 위대하다고 평가되었다. 복음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수난과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건에 대한 설명이 그리스도교도를 위한 이야기라면, 파이돈은 이교도 철학자나 자유사상을 표방한 철학자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침착함은 영혼불멸 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파이돈은 순교자 한 사람의 죽음뿐만 아니라 나중에 그리스도교에 스며든 많은 학설을 설명하기 때문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성 바울로와 교부들의 신학은 대체로 직접이든 간접이든 파이돈의 사상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플라톤을 무시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러셀 서양 철학사 / 버트런드 러셀 / 플라톤의 영혼 불멸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