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2. 17. 29세 경인 씨는 투표할 수 있을까
https://news.ebs.co.kr/ebsnews/menu2/... [EBS 저녁뉴스] 20대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20만 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선거 날 제대로 투표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황대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올해 29살인 발달장애인 박경인 씨는 이번 대선이 생애 첫 투표입니다. 10년 전 18대 대선 때도 투표장을 찾았지만, 아무도 경인 씨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박경인 / 발달장애인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냥 집에 와버렸어요. 그 뒤부터 투표를 안 했어요." 낯선 곳을 방문하기 어려워하는 발달장애인들은 투표에 도움이 필요합니다. 투표보조인 제도가 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1대 총선부터 발달장애인들을 보조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투표보조를 받지 못하자 전체 장애인 평균에 못 미치던 지적·자폐성장애인의 투표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부터 다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경인 씨처럼 투표소에 부정적인 기억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이 선뜻 투표에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장애인 단체들은 국가가 나서서 발달 장애인을 위한 공적 조력인을 배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수원 활동가 / 한국피플퍼스트 "조력인은 2명까지 들어갈 수 있게 돼있어요. 한 명이 들어갔을 때 그 사람이 압력이나 영향력을 (발달장애인에게)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공적인 조력인이 필요하다"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어려운 선거 공보물도 투표를 가로막습니다. 후보들의 공약을 알고 싶은 경인 씨, 하지만 한자어가 많다 보니 10대 공약을 이해하기도 버겁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공약을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돌봄 국가? 초등학생들을 돌본다는 뜻인가?" 박경인 / 발달장애인 "너무 줄여서 이야기하거나 영어로 돼있거나 아니면 한문으로 돼있거나 말들이 너무 어렵게 돼있어서 풀어서 이야기를 해줘야 되는데."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쉬운 공보물입니다. 먼저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같은 경우는 그림과 함께 국민들에게 생계를 위해 돈을 주는 거다, 이렇게 설명해주면 이해하기 쉽겠다는 거고요. 윤석열 후보의 탈원전정책같은 경우도 그림과 함께 원전을 더 많이 만드는 거라고 설명하면 좋겠다는 게 발달장애인들의 생각입니다. 심상정 후보의 주4일 근무제는 달력으로 일하는 날짜를 표현할 수 있고, 5년간 주택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안철수 후보의 공약도 집 그림이 있으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해외 선진국의 정당들은 쉬운 공보물을 적극적으로 제작합니다. 스웨덴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보물을 제작하는 기관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그림과 일상용어를 쓰고, 글자 크기는 14포인트 이상이 좋다는 상세한 매뉴얼도 나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사회적기업이 나서 이런 공보물을 만든 적이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경인 씨는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과 정당 기호를 넣어주면 발달장애인들이 더 쉽게 투표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이미 대만이나 스코틀랜드 등 해외에서 적용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장애인단체들은 유엔 인권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인의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입니다. 이선민 변호사 / 사단법인 두루 "실질적으로 같은 수준의 그런 정보를 제공받아야 된다는 내용이거든요. 국제적 기준에 의해서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변환해서 제공하면 (발달장애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정당들이나 우리나라 선관위에서도 이런 식으로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공보물을 제공해 달라,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전국에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발달장애인들 가운데 몇 명이나 무사히 투표할 수 있을까. 29살, 경인 씨는 선거 날 다시 투표장으로 갈 겁니다. "같이 투표하러 갔으면 좋겠어요. 저도 투표하러 갈 거예요."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