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일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치솟은 기름값에 ‘비명’_산업뉴스[산업방송 채널i]

130일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치솟은 기름값에 ‘비명’_산업뉴스[산업방송 채널i]

[앵커멘트] 앞서 기름값 상승에 따른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유가상승은 단순히 주유가격이 오르는 걸 넘어 물가상승, 나아가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번주 산업뉴스인에서는 유가상승에 따른 전반적인 상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해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서울경제 조양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양준 기자 안녕하세요 유가 이야기를 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전쟁이 시작된 지 시간이 지나서 관심이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한데, 전황을 잠시 살펴볼까요? [기자] 전 세계를 에너지 위기로 몰아넣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말씀대로 지난 2월24일 발발해 4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죠 물론 그 사이 전쟁 상황이 조금 변하기는 했습니다 기억하시는 것처럼,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수도 키예프, 우크라이나식으로 부르면 키이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퍼진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로 타격하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결사 항전을 벌이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최신식 무기를 대규모로 지원하면서 예상 밖으로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했죠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올해 4월 전쟁의 목표를 ‘돈바스’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점령으로 전환하고 이쪽 지역에 화력을 집중했는데요 최근 들려온 소식은 러시아의 파상 공세에 돈바스 지역의 75%가 러시아한테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하는데요 우선 서방에서 각종 무기를 지원하는 와중에 러시아의 작전이 나름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고요 또 하나는 ‘그렇다면 전쟁이 끝나간다는 것이냐’ 하는 점이겠죠 왜냐하면, 러시아가 전쟁 목표를 우크라이나 동부, 즉 돈바스 점령으로 바꿨는데, 이 전쟁 목표의 75%를 현재 달성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도 가만히 앉아서 자국 땅을 내줄리는 없겠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동부 지역을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양국 간 전투가 어쩌면 지금까지보다 더 치열하게 펼쳐질 수 있다, 이런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어찌 되었건 우크라이나 전쟁이 금방 끝나지 않고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잖아요? 세계 에너지 시장에 이것이 좋을 리가 없겠죠? [기자]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에너지 가격 상승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도 국제유가 상승 소식은 여러 번 전해드린 바 있죠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 당 110달러 안팎에서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만, 향후 전망치가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 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몇 달 전 나왔었는데, 이제는 유가가 최고 380달러까지, 그러니까 지금의 3배 이상 비싸질 수 있다는 예상마저 나왔습니다 JP모건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이렇게 전망했는데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일명 ‘금수조치’를 내린 상태죠 또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을 적용해, 러시아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에 원유를 팔아도 손에 쥐는 수익을 크게 감소시키겠다는 조치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 공급량의 7%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2위 원유 수출국이죠 따라서 러시아가 보복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 생산을 확 줄여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산이 줄면 당연히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유가가 380달러까지 오르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앵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국내에서도 기름값이 올라서 문제죠 정부가 유류세를 낮췄다고 하는데 별로 체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다른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도 그런 것 같더라고요 [기자] 현재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 당 2110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6월 사이 한 달 동안 ‘무섭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싶을 정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던 기름값의 상승세가 일단은 다소 주춤해진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죠 우선 정부가 이달부터 유류세, 즉 석유나 휘발유 같은 기름에 매기는 세금의 인하율을 최대 37%로 높이는 조치를 취했죠 37%면 법에서 정한 최고 한도라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이 조치로 인한 기름값 인하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 현재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주유소 별로 기름값이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인데요 이달 1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 1만여 개 가운데 휘발유 가격을 1원도 내리지 않은 곳이 66%, 즉 10개 가운데 6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오히려 휘발유 가격을 높인 주유소 숫자도 400개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주유소에 직접 가격을 내리라고 강제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유류세 인하 같은 가격 인하 ‘유도 정책’을 쓰는 것이고요 그런 만큼 기름값 완화 조치를 실제로 체감을 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기름값은 또 기름값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는데, 우리나라 물가가 지금 외환위기 때만큼 높아졌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6% 상승했습니다 이전에 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것은 1998년 11월이었는데요 이 때는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 즉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던 당시였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현재 국내 물가 사정이 IMF 시절 때만큼 나빠졌다는 뜻입니다 고물가의 ‘주범’이 단연 기름값입니다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40% 가량 뛰었기 때문인데요 또 6월 근원 물가, 즉 석유와 식품 등 가격이 민감하게 변동하는 품목을 제외한 물가의 연간 상승률이 4 4%로 2009년 3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죠 이 말은 기름값은 물론 물가 전반이 가파르게 비싸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각종 품목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 기름값이 말 그대로 여기에 ‘기름’을 붓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 그럼 이제 기름값은 말 그대로 ‘천정이 뚫린’ 상황으로 계속 가는 것인가요? 다른 변수는 없습니까? [기자] 지금까지 드린 말씀만 놓고 보면 유가가 3배, 4배 이렇게 뛸 것처럼 오를 것 같습니다만, 사실 매우 큰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경기 침체’ 우려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미국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경기 침체의 원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또 이로 인한 유가 급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도 물가가 비싸서 난리죠 약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원래 물가가 높기로 악명이 높은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식당에서 ‘임금 상승 할증료’라는 것을 따로 받는다고 하는데요 이게 뭐냐면, 물가가 높아져서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줘야 하는데, 월급을 너무 많이 올려야 하다 보니 그만큼의 돈을 손님한테 일정 정도 부담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 75%포인트씩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잡히라는 물가는 안 잡히고 대신 시장에 ‘돈 줄’을 마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와 산업 활동이 위축되게 되고,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후퇴한다는 것이죠 미국의 경기 침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현재 세계적인 경기 침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간 설명이 조금 길었는데요 경제와 산업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석유를 사용하려는 수요도 감소하겠고요 이에 따라 유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사례겠습니다만,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코로나 19 대유행 당시에 유가가 한 때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을 떠올리시면 되지 않나 합니다 경기 침체가 오면 유가야 낮아지겠지만, 당장 고용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오르는 또 다른 크나큰 문제점들이 발생을 하겠죠 현재 세계 경제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진단합니다 [앵커] 네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거라고 앞다퉈 말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말보다는 확실한 대책도 좀 내놓으면 좋겠습니다 조양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