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천년 특집뉴스] 의로운 땅 전라도... 천년 예술을 피우다

[전라도 천년 특집뉴스] 의로운 땅 전라도... 천년 예술을 피우다

[앵커] 다음 소식입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고, 불합리한 일에는 늘 앞장서서 맞서는 기개가 있었는데요. 역사의 전환기마다 당당하고, 정의로웠던 의향 전라도의 역사를 이성각 기자가 되짚어 봅니다. [리포트] 계단식으로 차곡차곡 이어진 축대. 고려시대 몽고에 끝까지 맞섰던 전남 진도의 용장산성 궁궐터입니다. 고려 조정이 몽고와 굴욕적인 강화를 맺고 개경 환도를 강행하자 삼별초는 이곳에서 3년 동안 항쟁을 벌였습니다. 일본군의 침략으로 조선의 명운이 풍전등화에 놓였던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전라도 수군도 잘 싸웠지만 이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한 건 고경명, 김천일, 김덕령 등 호남 의병장과 이름 없는 호남 백성이었습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어록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김덕진/광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고경명.김천일 같은 의병장과 호남의 민초들이 나라를 구했죠. 호남이 없었으면 나라가 존재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나라의 위기에 분연히 일어섰던 임란의병은 다시 한말의병으로 이어졌고, 제강점기 광주와 나주의 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6.10 만세운동과 함께 3대 독립운동의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전라도는 반외세투쟁은 물론 반봉건 민중운동에서도 늘 앞자리에 섰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평등한 세상, 외세에 맞선 자주 국가를 외쳤던 동학농민혁명의 함성은 전북 고창에서 시작됐습니다. 문병학/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기념사업부장 "일본군의 근대적인 신무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서 대한민국 근현대 민족 민주운동에 백두대간을 이뤄오고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군부독재를 온몸으로 막고자 일어섰던 5.18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민주화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또 6.10 민주항쟁과 촛불집회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전라도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고석규/전 목포대 총장 "전라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나아가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론 변방이었지만, 역사의 전환기에선 늘 중심에 섰던 전라도. 그런가하면 이런 역동적인 힘은 남도의 넉넉함과 만나 찬란한 문화 예술을 꽃피웠습니다. 계속해서 지종익 기자의 보돕니다. ====================================== 영화 서편제의 촬영 장소인 전남 완도 청산돕니다. 민중의 애환을 소리와 이야기로 담아낸 판소리, 남도를 중심으로 꽃피우고 명맥을 이어온 남종화, 그리고 가사문학까지... 모두 이땅 전라도가 품고, 키우고, 지켜온 것들입니다. 노래하는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 여기에 청중의 추임새가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판소리.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조선 후기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 선생의 업적은 국악 최고의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로 맥을 잇고 있습니다. 왕기석/국립민속국악원 원장 "전라도의 정서를 담아내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우리 전라도가 아니었으면 판소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겁니다" 전라도 천년 숨결은 화단에서도 이어져 왔습니다. 한국 남종화의 성지 운림산방. 추사 김정희가 아꼈던 제자 소치 허련부터 남농 허건을 거쳐 현재까지 일가직계 5대째 예술 혼이 2백 년의 화맥을 형성한 곳입니다. 인상주의 화풍을 도입한 오지호,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한국적 채색화를 개척한 천경자 등 근현대 화단을 대표해 온 이들은 예향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버팀목입니다. 조송식/조선대 미술대학 교수 "단순하게 우리 호남에서 최고다, 이게 아니라, 한국미술사라고 하면 그 분을 거쳐 가야 하는 것이죠. 하나의 미술의 큰 전통을 이루면서 계승돼서 오늘까지 중앙에 대한 상대방으로서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가사문학과 유배문학도 예향 전라도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선시대 전남 담양은 가사문학을 꽃피운 산실이었고 유배지가 가장 많았던 전라도는 역설적으로 찬란한 유배문학을 탄생시켰습니다. 변방으로 치부됐지만 여유와 풍류를 잃지 않았던 전라도, 그 천년의 멋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광주비엔날레 등으로 면면히 계승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지종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