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나) 상대적 · 절대적 이미지, 5-4) 이미지의 구조, 시 쓰기, 시 창작, 시 해설, 시 공부
#시낭송 #현대시 #시쓰기 /// 처용단장(處容斷章) / 김춘수 三月(3월)에도 눈이 오고 있었다 눈은 라일락 새순을 적시고 피어나는 山茶花(산다화)를 적시고 있었다 미처 벗지 못한 겨울 털옷 속의 음산함이 남아 있는 바다의 정경 일찍 눈을 뜨는 南(남)쪽 바다, 따뜻함과 그리움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물개의 수컷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三月(3월)에 오는 눈은 송이가 크고, 깊은 수렁에서처럼 피어가는 山茶花(산다화)의 보얀 목덜미를 적시고 있었다 ― 김춘수, 「처용단장」 전문 ///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 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유치환, 「깃발」 부분 /// 청노루 / 박목월 머언 산 청운사(淸雲寺)/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算)/봄눈 녹으면// 느릅나무/속잎 피어 가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맑은 눈에// 도는/구름 ―박목월, 「청노루」 전문 /// 땅끝 / 윤금초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등 타고 미역 바람 길들여 오는, 불잉걸 발겨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 년에 한 번 피는 우담화 꽃이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 윤금초, 「땅끝」 부분 /// 비 / 김혜순 하늘에서 투명한 개미들이 쏟아진다 (비) 머리에 개미의 발톱이 박힌다 (비) 투명한 개미들이 투명한 다리로 내 몸에 구멍을 뚫는다 (비) 마구 뚫는다 (비) 그를 떠밀면 떠밀수록 그는 나를 둘러싸고 오히려 나를 결박한다 (비) 내 심장의 화면에 투명한 글자들이 새겨진다 (비) 글자들 위에 글자들이 또 새겨진다 (비) 나는 해독하지 못한다 (비) 글자들이 이어져 어떤 파장을 그린다 (비) 새겨진다 (비) 하느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비?) 못 알아듣겠어요 (비) 이 전깃줄은 물이잖아요? (비) ― 김혜순, 「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