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등산학교 안전산행시리즈1(선자령 저체온증 사망사고의 교훈)
#저체온증 #선자령 #쉘터 #국립등산학교 노부부 선자령 저체온증 사망 사고의 교훈 1 (쉘터를 이용한 저체온증 대처법) 저체온증, 곧 하이포서미아(hypothermia)란 추위에 체온이 떨어지면서 의식이 몽롱해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겨울 선자령이나 소백산 능선에서는 심신이 멀쩡한 상태에서도 갑작스레 저체온증으로 빠져들기 쉽습니다 북서풍이 거칠 것 없이 불어 닥치는 허허벌판 같은 능선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 한라산, 덕유산, 설악산 등 겨울철 고산능선에선 종종 저체온증으로 인한 조난 사망 사고가 발생합니다 선자령 능선 동쪽은 강릉 방면의 동해안 풍광이, 서쪽은 목장 목초지가 펼쳐졌고 곳곳에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 목가적 풍경이 아름다워서 많은 등산객들이 선자령 코스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강풍이 몰아치면 선자령 능선은 저체온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마의 능선으로 돌변합니다 겨울 선자령에서는 저체온증이나 부상으로 인한 구조 요청이 잦습니다 실제로 구조 요청까지 하지 않았지만 저체온증으로 조난 직전까지 갔다는 체험담은 숱하게 많습니다 2013년 1월 어느 노부부는 순식간에 돌변한 선자령에서 저체온증으로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날 노부부는 산악회원들과 같이 정오경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선자령은 평온했고 정상 부근의 기온은 영하 3~4℃에 불과, 저체온증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노부부는 부피가 나가는 파카를 그냥 버스 안에다 벗어두고는 산행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출발한 지 2시간쯤 지나 오후 1시30분경, 선자령 정상 일대에 저체온증을 유발하는 북서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 선자령 바람은 마치 따귀를 후려치는 듯이 모질어서 따귀바람이라고도 말합니다 따귀바람은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무선표지소 입구 지나 숲으로 들어서서 2km쯤 가면 길이 숲에서 빠져 나와 나무가 없는 평평한 능선지대로 나섭니다 여기서부터 갑자기 따귀바람이 정면으로 불어닥칩니다 이후 선자령까지는 바람을 피할 데가 거의 없어 순식간에 저체온증에 빠지게 됩니다 먼저 선자령에 올랐던 회원들은 하산하면서 만난 노부부에게 정상쪽 바람이 너무 세서 저체온증 위험이 크니 그만 돌아서라고 권유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노부부는 권유를 귀담아듣지 않고 그대로 강행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오후 2시경 선자령에 다다른 후 바로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찬 눈보라가 워낙 강해서 부부는 저체온증으로 순식간에 정신이 혼미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산을 시작한 지 20분쯤 지난 뒤인 오후 2시20분, 72세의 아내 정씨가 먼저 저체온증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산악회원들은 119에 조난신고를 하고 나서 6명이 옷을 이용해 들것을 급조해서 정씨를 싣고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남편 홍씨도 쓰러졌지만 자신들도 저체온증에 빠질 지경이 된 산악회원들은 홍씨는 그냥 선자령 아래 약 800미터 지점에 눕혀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긴급 출동한 평창소방서 구조대는 오후 3시45분경 산악회원들로부터 정씨를 인계받아 강릉아산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 이미 정씨는 호흡이 멎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조대는 18명의 인원을 투입해 남편 홍씨 수색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선자령 정상 부근은 초속 20미터의 폭풍설이 몰아치는 악천후였습니다 구조대원들조차 저체온증 위험에 노출되며 도리없이 밤 9시30분경 철수했습니다 한편 선자령 정상에 올랐던 다른 회원 3명 또한 저체온증 직전까지 다다랐으나 구 대관령휴게소에서 위 2km지점의 국사성황당까지 간신히 하산해 생존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구조대는 25명 인원을 재투입해 수색에 나섰고, 회원들이 말한 그 자리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남편 홍씨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노부부의 첫번째 가장 큰 실수는 산행을 시작할 당시 날씨가 좋자 저체온증의 위험을 간과, 두툼한 파카를 두고 갔다는 점입니다 선자령~대관령 능선은 영동과 영서를 나누는 백두대간의 일부여서 유난히 기상 변화가 무쌍한 곳이죠 선자령은 물론 백두대간은 전구간이 겨울엔 북서풍이 직각으로 몰아치는 저체온증 위험지대라 할 수 있습니다 부부는 배낭이 파카를 넣기 어려울 만큼 작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들 노부부뿐만 아니라 대다수 산악회의 당일 등산 배낭을 보면 고작해야 20리터 전후한 작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배낭이 작으면 꼭 챙겨가야 할 방한 장비들을 빼놓고 갔다가 그만 저체온증에 빠지게 됩니다 부부는 선자령 정상에 오르기 전 만난 다른 회원들이 정상의 강풍이 매섭다고 일러주었을 때 바로 돌아서야 했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파카도 두고 왔으면서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겨울 고산 등행을 감행, 저체온증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들 일행을 이끌고 간 리더의 대처 또한 아쉽습니다 산행 시작 후 날씨가 급변, 저체온증의 위험이 높아졌으므로 인솔자는 회원들이 어떻게든 중간에서 돌아서게 해야 했습니다 그 무엇보다, 저체온증 환자 발생시 대처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어야 합니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저체온증의 위험을 약화시킬 방법은 있습니다 일단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 반대편 능선 너머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선자령도 마찬가지 정상에서 동쪽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금방 바람이 잦아들어 저체온증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회피해서 바람이 거의 없는 동편 초막골 길로 하산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리더는 물론 회원으로 따라가더라도 이렇게 저체온증 유발 기상 상황이 잦은 산을 갈 때는 비상 탈출로도 미리 잘 파악하고 가야 합니다 아무리 경험 많은 산악 가이드라고 해도 수십 명 회원을 저체온증 유발 악천후 속에서 모두 챙기기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유사시 서로 도울 수 있는 사람 3~4명으로 단짝 팀을 이루어 다녀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팀을 만들기 어렵다면, 모험적 산행은 하면 안됩니다 악천후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든 신속히 하산해 내려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누군가 다쳐서 하산이 어려운 상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저체온증에 빠지지 않고 긴 시간 버티려면 필수 장비를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합니다 강풍에도 끄덕없는 텐트와 강력한 버너와 넉넉한 연료, 코펠, 푸짐한 식량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3~4인용 텐트를 비롯해 강력 버너, 연료, 코펠 등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5~6kg입니다 당일 산행시 현실적으로 이런 장비를 가지고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기능은 좀 떨어져도 초경량이고 부피도 적은 장비들로도 저체온증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비들을 마련해 3~4인조 한 팀이 나누어 지면 별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쉘터 4인용 650g, 부탄개스 230g 4~5개, 초소형 버너(점화 장치 달린) 200g, 초경량 소형 코펠 300g=총 2kg 이것을 3~4인이 나누면 1인당 0 5~0 7kg만 책임지면 됩니다 각자 500밀리리터 생수 1개 무게 정도입니다 저체온증 상황시 나 자신이나 산친구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니 이 정도 무게 부담은 기꺼이 감수할만하겠지요 쉘터는 비상시 뒤집어 쓰는 생존 천막입니다 폴대도 없는 홑겹의 천막이지만 그냥 바람에 노출된 상태에 비하면 엄청난 보온 효과를 발휘합니다 게다가 안에서 버너를 피우면 금방 훈훈해져서 저체온증 위험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체온증으로 쓰러진 상황이면 한 사람이 뒤에서 그를 끌어안고 앉은 상태에서 쉘터를 뒤집어 씌우듯 하며 설치합니다 쉘터를 설치하고 안에 버너를 피우면 기온이 금방 올라갑니다 그러면 저체온증 증상이 크게 완화될 수 있습니다 버너 불꽃을 작게 줄이면 부탄개스 230그램 1개로 1~2시간 켜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4~5개로 하룻밤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습니다 바닥 주위로 찬바람이 스미지 않게 눈이나 돌덩이 등으로 틈을 덮어두어야 열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밤을 새워야 하는 상황이면 약초꾼의 모듬처럼 긴 나뭇가지를 잘라 폴대 대신 쉘터 내부에 세워 거주성을 높이도록 합니다 1 밑둥 지름이 2~3cm, 길이 2m쯤 되는 싸리나무 같은 것을 2개 잘라옵니다 2 쉘터의 대각선 폭에 맞게 나뭇가지 밑동을 끈으로 연결합니다 3 쉘터 내부에 휘어서 넣고 가운데를 묶습니다 바람이 조금이나마 약해지는 잘록한 곳이나 숲속으로 들어가 가능한 한 평평한 곳을 찾아 쉘터를 설치해야 온기를 덜 빼앗겨서 오래 견딜 수 있습니다 이러한 쉘터를 이용한 저체온증 대처 요령은 선자령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겨울 산에서 다 필요한 것입니다 바람이 강약 차이는 있을망정 겨울산 조난 사고의 최종 도착지는 항상 저체온증이기 때문입니다 소백산, 한라산, 덕유산 등에서는 저체온증 사망 위험이 특히 더 높습니다 해발고도나 지형상 구조대가 접근하기가 선자령보다 훨씬 더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강풍이 예보된 날 소백산행은 단양 반대쪽 영주 방면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단양 쪽으로 올라온 등산객이 저체온증 유발 혹한풍에 시퍼렇게 얼었어도 영주 쪽 등산객은 봄날 같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립등산학교는 쉘터를 이용한 저체온증 대처법, 등산로 잃지 않기 등의 요령을 가르쳐주는 등산강좌를 개설,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은 수강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