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빈곤층 35%…대책 없이 ‘찜통 고통’ / KBS뉴스(News)

에너지 빈곤층 35%…대책 없이 ‘찜통 고통’ / KBS뉴스(News)

이토록 극성스런 폭염을 쪽방에서 선풍기 한 대로 버티고 있는 에너지 빈곤층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겐 이 폭염이 단순한 짜증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일 수도 있습니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합니다. 엄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쪽방촌, 노인들이 폭염에 상의를 벗고 길에 누워있습니다. 방 안이 더 덥다는 겁니다. ["너무 힘들어요. 진짜 견디지 못하니까 이렇게 바깥으로 뛰쳐나왔지."] 좁은 골목, 가파른 계단을 올라 방 문을 열었습니다. 온도계의 숫자가 빠르게 오르고, 5분 만에 땀방울이 맺힙니다. [백창기/쪽방촌 주민 : "선풍기에서 뜨뜻한 바람이 나와요. 진짜 방에서 자야 하는데, 바깥에서 자면서 새우잠 자는 거예요."] 창문이 없거나, 수도 시설조차 없는 곳도 눈에 띕니다. 벽과 벽이 다닥다닥 붙어서 공기가 통하지 않는 구조, 작은 창문이 하나 있지만, 이 쪽방촌의 온도는 36도를 넘었습니다. 시민단체 조사결과, 에너지 빈곤 가구 열곳 중 여덟 곳이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선풍기조차 없거나, 냉장고가 없는 가구도 있습니다. 폭염은 건강도 악화시켰습니다. 58%가 어지러움을 느끼고, 11%가 구토를 했으며, 호흡곤란, 실신한 적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위급 상황이 우려되는데도, 35%는 에너지바우처, 전기·가스요금 할인 등 이른바 '에너지 복지'대상에 빠져있습니다. [김민채/에너지시민연대 사업부장 : "자녀와 연락이 두절인데 자녀가 부양가족이 잡혀있다던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은, 연탄쿠폰, 단열, 보일러 설치 등 겨울철 난방에 집중돼 있습니다. 폭염이 '재난'이 되고서야 여름 냉방 지원책을 내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중입니다. 한편, 국회에는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에 관한 법안 4건이 발의돼 있지만, 2년 째 잠자고 있습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