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언어 / 시& 낭송 장지연

남자의 언어 / 시& 낭송 장지연

남자의 언어 장지연 언제부터였을까요 그는 꼿꼿한 앞모습보다 말수가 적어진 만큼 입 없는 등을 더 많이 보입니다 침묵하는 등이 자꾸 고개를 숙이고 지구의 내핵을 뚫기라도 하듯 아래를 응시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어렴풋이 둥글게 말려가는 등이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늘 뒤돌아 먼 산 짊어지고 등으로 울고 등으로 깊은 외로움을 토해 가슴에 안고 삭이던 한 사람 내 아버지가 기억 한 귀퉁이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채 생각납니다 들썩거리는 내 아이의 아버지 등을 우연히 본 후 마침내 형언할 수 없는 큰 울림의 언어를 해독하고 눈물 없는 울음을 삼켜야 했을 당신의 굽어가는 등을 눈으로 쓰다듬어 봅니다 내 아버지와 내 아이의 아버지가 등에 새기는 언어 그 등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그의 등을 토닥이며 자주 웃어주고 더이상 외롭고 초라하지 않도록 내 비록 작은등이지만 그에게 지지대로 내어주어야겠습니다 #장지연 #장지연시인 #아버지 #아버지의등 #남편 #언어 #소통 #사랑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