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심의 분석해보니…"종합 대책, 더 큰 부작용 우려" [학폭위 기획] / EBS뉴스 2023. 06. 19
[EBS 뉴스]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을 위해 마련된 기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그 취지에 맞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를 분석해 연속으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이 공분을 일으키자, 정부가 가해자 엄벌에 중점을 둔 근절대책을 내놓았는데요 지금의 학폭위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더 큰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교육부, "생기부 보존기간 연장" 잇따른 '엄정 대응'에 실효성 논란 학폭위 처분 66 7%는 '생기부 미기재' 행정심판·소송, 2년 새 '2배 증가' 학생들의 '기댈 언덕' 학폭위 정상화되려면? ------- 서현아 앵커 학폭위 운영 실태와 문제점 취재한 서진석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게, 학폭위 처분 자체가 공정성 우려가 큰데 정부 대책은 이 처분 결과의 영향력을 오히려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요? 서진석 기자 똑같은 폭력에도 어떤 위원회를 만나느냐에 따라 판단이 천차만별이라는 분석 결과, 전해드렸는데요 취재를 계속해봤더니 이른바 '맞폭'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사례도 상당했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언어폭력이나 사이버폭력 등은 학폭으로 인정받는 것조차 어려웠는데요 교육부의 계획은 이렇게 내려진 처분의 생기부 보존 기간을 연장하고 입시 영향력도 높인다는 겁니다 이미 학폭위 처분 자체에 불공정 시비가 상당한데, 오히려 여기서 결정한 처분의 영향력을 높이는 셈이죠 부작용이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학폭위가 내리는 조치도 벌써 10년 전에 설계가 됐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고요? 서진석 기자 학폭위 처분은 가장 가벼운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있는데요 우선 1호 서면사과는 피해자가 받건 말건, 그냥 하는 건데, 실제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3호 교내봉사와 4호 사회봉사도 청소나 우편물 분류처럼 교육적 선도와는 상관없는 프로그램이 대다숩니다 2호 접촉 금지나 7호 학급교체도, 학교라는 한 공간에 있는 한 마주치는 걸 완전히 차단할 수 없고, 전화와 문자로 얼마든지 2차 가해가 가능합니다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없는 형식적 처분은, 가해학생에게 오히려 면죄부만 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현아 앵커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우는 구조인데, 학폭위 과정에서 허사가 되는 문제도 있다고요? 서진석 기자 저희가 만난 학폭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하나같이 학폭위와 소송 서류에 파묻혀 살고 있었고, 심지어 생업까지 끊긴 사례도 있었습니다 학교에 충분한 권한과 보상이 없어서, 결국 피해자가 하나하나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요 실제 저희가 분석한 결과, 학폭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안 가운데 70%에서 '증거'가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피해자 지원은 물론 조사까지 지원하는 해바라기 센터가 있는데, 학교폭력은 이 같은 기구가 없습니다 사안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화해와 중재까지 지원하는 기능이 시급한데요 전문가 지적 들어보시죠 인터뷰: 권은희 국회의원 / 국민의힘 "전문 진술인이 피해 진술을 청취하고 그때 영상 녹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피해자가 피해 진술을 1회로 끝내으로써 피해자의 트라우마가 심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그런 조치도 해야 된다" 서현아 앵커 최근 발표된 정부 대책엔 피해 학생 지원을 위한 내용도 포함됐죠 실효성이 있을까요? 서진석 기자 네, 즉시 분리 기간을 3일에서 7일로 연장하는 등 학교장 긴급조치를 강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하지만 저희 분석결과, 긴급조치 기간에도 가해자는 물론 보호자를 통해 2차 피해가 이어진 사례가 상당했습니다 민원이나 항의로 학폭 전담 교사들까지 피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확실한 권한과 보호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학교가 할 수 있는 조치의 폭도 적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학생 진술권과 전담 지원관 강화, 말은 좋은데, 이미 있는 기관들도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해자와 완전 분리돼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숙형 시설, 해맑음 센터조차 폐쇄된 실정인데요 관계자의 지적, 들어보시죠 인터뷰: 조정실 회장 /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행정적인 부분으로만 간다고 그럴까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까지 많은 시설들이 만들어져 왔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도움이 되는 그런 부분들이 없었던 거예요 서현아 앵커 이번 자료 분석해보면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할 때 참고해야 할 점도 있지 않겠습니까? 서진석 기자 지금 가장 시급하게 문제가 되는 건 고무줄 징계를 줄이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없도록 심의 과정을 개선하는 겁니다 저희가 이 문제 여러 차례 지적했는데, 교육부는 시도별 담당자들을 모아 사례를 교육하고, 비슷한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돕겠다는 원론적 계획만 전해왔습니다 법원 판례가 누적돼 양형기준이 생기듯, 문제 개선을 위해선 정확한 실태 파악부터가 중요한데요 아직까지 교육 당국에서 이 같은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저희 보도가 나간 이후, 시의회나 도의회 차원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처분의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개적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학교폭력 유형과 심각성에 따라 제대로 된 처분이 내려지고 있는지, 근거엔 일관성이 있는지,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어떤 보호를 받았는지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정부가 이달 말을 목표로 학폭 정책 관련 연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담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말잔치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연구와 조치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고 의지하는 공적 절차죠 하지만 학폭위를 거치면서 오히려 더 큰 고통에 시달렸다는 피해 학생들이 적지 않은데, 지적된 문제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고 취재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