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장례식' 불참한 푸틴의 은밀한 '특별 작전' [와이즈픽] l YTN
지난해 9월,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군 최고 영예 중 하나인 '러시아 영웅'칭호를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로를 인정 받은 겁니다 '러시아 영웅' 칭호를 받은 사람이 사망하면 장례식에서 의장대와 군악대가 포함된 특별 예우를 받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전까지 바그너그룹 전사자 대부분이 영웅 예우를 받으며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인정한 '영웅' 프리고진의 장례식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선 프리고진의 장례식을 '특별 장례식 작전'이라고 조롱했습니다 시간, 장소 등 장례식 관련 정보가 철저히 통제됐기 때문인데 사람들은 러시아 정부의 개입을 의심합니다 가족 등 소수를 제외한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 크렘린궁 대변인 : 푸틴 대통령은 참석할 계획이 없습니다 우리는 장례식에 관한 정보가 없습니다 ] 장례식에 관한 정보가 없다던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이 안장된 상트페테르부르크 묘지 주변을 경찰로 둘러쌌습니다 프리고진 안장식이 열린 건 러시아 시각으로 오후 1시, 관련 보도가 러시아 방송에 나온 건 오후 5시였습니다 [러시아 방송 앵커 :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오늘 포로홉스코예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의 뜻에 따라 장례식은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 프리고진에 대한 푸틴과 러시아 정부의 거리두기와는 달리 바닥 민심은 '영웅'으로 예우합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과 상트페테르브루크 등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엔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리고진을 레닌, 스탈린 등 구 소련 지도자들에 빗대어 칭송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독립 언론인은 "누가 케네디를 죽였습니까?"라는 우회적 질문으로 프리고진 죽음의 배후로 푸틴을 지목했습니다 러시아 국민들이 프리고진에 여전히 열광하는 주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남긴 안팎의 존재감 때문입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을 지휘하며 말보다 결과로 보여줬습니다 바흐무트 점령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변곡점에는 대부분 프리고진의 바그너 그룹이 있었습니다 바그너 그룹의 활약이 계속될수록 러시아 군부의 무능은 더 부각됐습니다 급기야 프리고진이 직접 나서 러시아 군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 바그너그룹 수장 : 이들은 누군가의 아버지며 누군가의 아들입니다 우리에게 탄약을 주지 않으면 지옥에서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쇼이구! 게라시모프! 탄약은 어디 있나?] 프리고진의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비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회의적인 러시아 국민에게 대리만족을 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시 프리고진이 '러시아 영웅' 칭호를 받았던 지난해 9월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당시 영국 정보기관은 민간 용병에게 영웅 칭호를 부여한 결정이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그룹 간 갈등을 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러시아군 고위급 지휘관 다수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교체되는 상황에서 영웅 칭호가 부여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영국 정보기관의 전망대로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군부의 갈등이 고조됐고, 결국 지난 6월 무장반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적 해석이지만, 프리고진에게 영웅 칭호를 부여한 푸틴의 결정이 치명적 나비효과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리고진의 장례식에는 198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구 소련의 반체제 인사 이오시프 브로드스키의 사진과 시가 놓였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예수와 어머니 마리아의 대화를 담은 시는 예수의 이런 표현으로 마무리됩니다 죽어있든, 살아있든 차이가 없소, 여인이여 아들이든, 신이든, 나는 당신의 것이오 여기서 여인, 즉 어머니 마리아는 조국 러시아로 해석됩니다 결국, 프리고진은 죽었어도 조국 러시아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푸틴의 23년 철권통치에 가장 치명적 위기를 안겼던 무장 반란, 그리고 이어진 의문의 죽음 프리고진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러시아 내 정서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어떤 파급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 co kr) 제작 : 손민성(smis93@ytn co 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 co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