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급증…관련 법 ‘제자리’ / KBS뉴스(News)

‘직장 내 괴롭힘’ 급증…관련 법 ‘제자리’ / KBS뉴스(News)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가 있는데요.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해 정신 질환으로 신청한 산업재해가 2백 건이 넘어 6년 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직장 안에서의 은밀한 폭력, 그 실태는 어떤지, 대책은 없는지 이승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감사장은 창문도 없는 무서운 밀실이다." "감사인은 나를 위에서 쳐다봤다." 판촉물 횡령 의혹으로 사내 감사를 받은 한 보험사 직원의 기록입니다. [정신질병 산재 인정자/음성변조 : "감사받을 때마다 메모해놨죠. 감사실이 어떻게 생겼고, 내가 감사 과정 중에 어떻게 당했는지를…."] 당시 상황을 꼼꼼히 기록하고 녹음해둔 덕에 그 뒤 생긴 정신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는 달리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대부분은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피해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입증 기록이나 수단이 없어서입니다. 올해 초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카드사 직원은, 사후에 가족이 산재신청을 했지만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뒤 3년 넘게 상사와 불화하며 겪은 일을 뒷받침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동부와 경찰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정신질병 산재 신청자 유족/음성변조 : "가해자 3명의 이름이 있기 때문에 이걸 통해서 너희(관청)가 수사할 수 없느냐 했을 때 법이 없다 이런 건이 굉장히 많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당국이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정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이견 속에 계류 중입니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환노위원, 발의자 : "시행령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그 범위들을 정리를 해 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방식이 되었던 것인데 그거 자체를 지금 문제 삼고 계신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안타깝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호주 등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도입했고, 일부 나라에서는 가해자를 형법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