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박기준의 거울 뉴런, 2024년 오륙도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시감상] 박기준의 거울 뉴런, 2024년 오륙도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구독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거울 뉴런 / 박기준 봄빛이 창문 틈에 끼여 헐떡거리던 거실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강남스타일 노래에 아빠의 말춤을 따라 하는 천사 거울이 춤을 춘다 ​ 어머니의 늘어진 하품이 할머니 품으로 들어간다 ​ 텔레비전 귀여운 여인을 바라보며 햇살 품은 얼음같이 녹아내리고 웃음이 전염되어 온다 ​ 지옥의 문에서 향기가 솟아나고 나락의 늪에서 꽃이 피고 도파민이 만든 또 다른 세계 ​ 천지를 집어삼킬 듯 휘몰아치는 광풍 문장 속에 고립된 작은 집 식량처럼 줄어드는 단어와 안개처럼 사라지는 감정 ​ 버리지 못해 잊지 못하는 것 기억으로 포화한 행간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불완전하여 믿을 수가 없다 ​ 태곳적부터 모방의 천재 닮고 싶어 하는 욕망, 세포가 필사하는 시 늙은 베르테르가 어설픈 시어에 잡혀 시인 흉내 내다 심연 속으로 사라진다 ​ 광장 속의 거울 옆으로 늘어선 나를 흘끔 쳐다본다 나의 모습은 진짜일까 ​ 노을 낀 망각보다 무서운 거울 뉴런 깨진 거울, 부서진 조각마다 내가 갇혔다 ​ 자폐,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