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적자 낸 한전…전기요금 인상 불가피_산업뉴스[산업방송 채널i]

‘사상 최악’ 적자 낸 한전…전기요금 인상 불가피_산업뉴스[산업방송 채널i]

[앵커멘트] 원유와 가스 등 전기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점점 올라가다보니 당연히 전기요금도 오를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한전의 적자 폭이 커지면서, 과연 앞으로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까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이번주 산업뉴스인에서 관련 이슈를 다뤄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서울경제 조양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양준 기자, 안녕하세요. 먼저 한전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부터 살펴볼까요? 실적이 발표된지 좀 지난 것 같은데,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한전의 재무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보도가 된 바가 있죠. 급기야 외국에서도 이 점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세계 1만3600여 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 보고서를 분석해보니, 이 기간 6조원이 넘게 순이익이 감소한 한전이 세계 전력회사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한전은 또 올 1분기에 수익이 악화한 기업 15개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이기도 했는데요. 결론적으로 한전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국내에서, 또 해외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전은 우리나라 전력 공급을 독점하는 공기업입니다. 한전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 자연스럽게 그 부담은 국민에 전가됩니다. 문제는 한전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죠.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2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조원이면 현대차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약 6조6000억원의 3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실적 뿐만 아니라 부채 상황도 악화 일로입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156조5000억여원으로 1년 전 대비 17%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것 역시 한전의 부담, 또 국민 부담을 키우게 되는 원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앵커]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는 결국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얘기잖아요? 요즘 물가가 올라서 난리인데, 전기요금도 올라간다는 의미겠죠? [기자] 세계적으로 고물가, 즉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소식은 이 시간을 통해서도 몇 차례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지난 40년 동안 가장 심각한 수준이고요. 국내서도 5월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5.4% 올라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에너지 가격 상승입니다. 국제유가를 살펴보면, 배럴 당 120달러 안팎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유가가 배럴 당 최대 17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는 유가가 배럴 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죠. 한전 입장에서 유가 인상은 곧 비용 상승으로 연결되는데요.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해 이를 공공 서비스하는 것이 한전이 하는 일이죠. 한전 입장에서 기름값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원료비’가 높아졌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것입니다. 앞서 올해 1분기 한전이 6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를 통해 올 한 해 전체 손실 규모를 추측해보니 23조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관심사는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르느냐 일 텐데요, 어느 정도로 현재 예상이 되고 있나요? [기자] 정부는 이미 올해 전기요금의 기준이 되는 연료비를 이미 올렸거나 추가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죠. 올해 기준연료비를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했고,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렸습니다. 그러나 말씀드린 것처럼 유가 등 연료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이를 반영하려면 전기요금을 추가로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 한전, 또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한전과 산업부는 올해 3분기에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연료비 조정 단가’를 올리자는 요구를 한다는 의미인데요.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또 기준연료비를 의미하는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분기마다 논의되는 연료비 조정 단가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상 폭은 킬로와트시 당 3원 정도로 알려져 있고요. 연료비 조정 단가가 3원 오르면 4인 가족 기준 한 달 전기요금은 900원 이상 오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민간 발전 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인가요? [기자] 정부가 한전이 전력을 사들일 때 기준이 되는 가격에 상한을 두겠다고 한 것이 민간 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인데요. 이 가격을 SMP, 즉 전력도매가격이라고 부릅니다. 민간 발전사들이 발전에 드는 비용, 즉 연료비가 SMP에 반영이 되는 만큼 SMP도 큰 폭으로 인상되는 구조가 되겠고요. 지난 4월 SMP는 처음으로 킬로와트시 당 200원을 넘어섰고, 이는 1년 전 4월보다 164% 이상 뛰어오른 수준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 SMP에 상한을 두겠다고 예고를 한 것입니다. 한전이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일 때 드는 비용에 캡, 즉 상한을 씌워 놓으면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발생하겠죠. 그런데 민간 발전사들로서는 이것이 반가울 리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자신들이 전력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감소한다는 의미이니까요. 당장 태양광 발전 업계는 SMP 상한제 시행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윤석열 대통령한테 전달했고요. 기업과 발전 공기관 측에서도 SMP 상한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왜 한전의 적자를 민간 사업자한테 떠넘기느냐”는 것이 민간 사업자들이 내놓고 있는 반발의 핵심입니다. [앵커] 전기요금, 또 에너지 관련 주제가 나오면 원전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전기료 인상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한전이 적자를 기록할 때마다, 또 전기요금 인상이 문제가 될 때마다 원전은 빠지지 않고 논쟁의 핵심이 됐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발전량 대비 전력 단가가 낮은 원전이 이른바 에너지 믹스에서 빠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을 편 바 있고요. 이에 대해 산업부나 한전 측은 전기료 인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원전이 아니라 유가의 변동 때문이라고 반박했죠. 이 같은 이른바 논리 싸움이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핵심으로 한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했던 지난 정부 내내 되풀이됐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고 이제 아시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는 ‘원전 최강국 건설’ 등 이전 정부와는 정반대의 공약을 내걸고 출범을 했습니다. 정부 기조가 변한 만큼 신규 원전 건설이 재개되고, 에너지 또는 전력 계획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전 원천기술 보유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경영진이 최근 한국을 찾아 한전과 한수원 등 국내 에너지 기업과 원전 수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원전은 이제 외연 확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관건은 원전 재개로 인한 에너지 전기요금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되겠고요. 탈원전과 전기 요금의 상관 관계가 새 정부에서 확인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 쪽의 주장대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탈원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쪽 항변처럼 유가의 변동 때문이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 네. 일단 전기요금하면 일반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지 않습니까? 정부가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전기요금의 합리적인 가격, 또 앞으로의 방향을 잘 잡아 나가야겠습니다. 조양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