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대소설 6-꺼삐딴 리/전광용

헌대소설 6-꺼삐딴 리/전광용

꺼삐딴 리 핵심 정리 ▣ 전광용(全光鏞) : 1919∼1988. 소설가·국문학자. 본관은 경주(慶州). 호는 백사(白史). 함경남도 북청 출생. 주협(周協)의 아들이다. 1937년 북청공립농업학교를 졸업한 뒤, 1945년 경성경제전문학교(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전신)에 입학, 2년 수료하였다. 1947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1951년에 졸업하였으며, 이어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1953년에 졸업하였다. 1955년 서울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여 1984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봉직하였으며, 그 뒤 세종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였다 ▣ 갈래 : 단편소설, 인물소설, 풍자소설 ▣ 성격 : 풍자적, 비판적, 고발적, 희화적 ▣ 제재 : 매국노적 인물의 인생 편력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시간 - 해방과 6·25를 전후한 시기, 공간 - 북한과 남한 ▣ 주제 : 시류에 따라 변절적으로 순응해 가는 기회주의적 인간 비판,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인간에 대한 풍자와 비판, 참다운 삶의 가치에 대한 반성 ▣ 인물 : 이인국 : 꺼삐딴 리의 '꺼삐딴'이란 영어 '캡틴(captain)에 해당하는 러시아어로 본 발음은 '까삐딴'이다. 꺼삐딴 리는 외과 의사로 인술(仁術)보다는 돈과 권력에 따라 살아가는 이기주의자이며,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는 인물. 지조나 신념, 공동체 의식이 희박한 변절적 순응주의자이다. '일제 말기 - 월남 - 미국 대사관 출입 과정'에 이르는 역사적 수난기에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변신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전형이다. 또한 그는 사대적 권력에 기생하여 일신의 안일을 추구, 직업이 의사이면서 인술을 펴는 일 한 번 없이, 다만 돈버는 데만 의술을 이용하는 이기주의자의 전형이다. 따라서, 주인공 이인국은 전형적 인물, 평면적 인물의 표본으로서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다. 혜숙 : 간호원 경력이 있는 이인국의 후처 나미(일본식-나미꼬) : 이인국의 딸로 미국에 유학 간 후 동양학 전공의 외국인 교수와 결혼하려 함. 스텐코프 : 이인국이 자신의 왼쪽 뺨에 있는 혹을 제거해 준 이후, 이인국을 돕는 소련인 장교 브라운 : 미 대사관에 근무하며 이인국을 도와주는 인물 아들(원식) : 광복 후 스텐코프 소좌의 배경으로 요직에 있는 당 간부의 추천을 받아 소련 유학을 갔으나 생사를 알 수 없음 ▣ 구성 : 역순행적 구성, 몽타주 구성(몽타주 구성이란 현재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교차적으로 서술되는 것을 타임몽타즈기법이라고 한다. 이인국 박사의 과거 회상은 항상 현재의 시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액자식 구성과는 구별된다. 이 소설은 전체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960년대 초의 현재 시점에서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광복 이후에 이르는 시기를 회상하는 역전적 구성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이인국이 미국인 브라운을 만나러 가면서 시계를 보는 장면에 뒤이어 본격적인 과거 회상으로 나아가는 것에서 보듯이, 회상 매개체이면서 동시에 역전적 구성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하는 것은 이인국의 '십팔금 회중시계'이다. 이인국이 제국 대학 의과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받은 이 시계는 역사적 전환기마다 변신하는 이인국의 행동과 일정한 연관을 가진다.) 발단 : 이인국이 미대사관 브라운과의 약속 시간을 맞추려고 회중시계를 바라보다가 과거를 회상함 전개 : 일제 말에 이인국은 일본인에게 아부하여 부자로 산다. 위기 : 해방 후 친일 행적이 탄로나자 이인국은 감옥에 갇혀 고생한다. 절정 : 극적으로 스텐코프의 혹을 수술해 준 뒤 그의 도움으로 다시 행복을 누린다. 결말 : 월남 이후 영어로 처세술을 바꾼 이인국은 미 국무성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갈 꿈에 부푼다. ▣ 특징 : 타임 몽타주 수법, 역순행적 구성, 회상의 기법을 3인칭 시점으로 형상화하여 부정적 인물에 대한 비판함에 있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 ▣ 문학적 의의 : 격동과 격변의 현대사에서 변함 없이 살아남아 사회 지도층으로 대중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의 오늘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하는 준엄한 비판의 소리를 들려 주고자 하며, 인간의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데 이 소설의 문학적 가치가 있다. / 출전 - 사상계 (1962) ▣ 줄거리 이인국 박사는 수술을 끝내고 나오며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역정을 돌이켜보던 그는 문득 미국에 유학을 떠나 있는 딸 나미의 편지를 생각한다. 그 편지에는 기필코 미국인과 결혼하겠다는 딸의 고집이 담겨 있다. 그는 마침내 우려했던 현실이 닥쳐왔음을 깨닫는다. 상대는 동양학을 전공하는 외국인 교수,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 자신이 외국인 교수 앞에서 딸의 미국 유학을 주장했고, 또한 그 외국인 교수가 한국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찬성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담배 파이프를 지그시 깨문다. 백인 사위에 흰둥이 손자라, 그는 입맛을 쩝쩝 다시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같은 사실을 그는 자신의 후처인 혜숙에게 말한다. 그러나 혜숙은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다시 입맛을 다시며 미국 대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선다. 차를 타고 달려가면서 그는 해방을 전후한 시기의 기억을 떠올린다. 이인국은 종합 병원을 운영하는 외과 전문의(外科專門醫)다. 병원은 매우 정결하지만, 치료비가 다른 병원보다 갑절이나 비싸다. 그는 양면 진단(병의 증세보다 경제적 능력을 저울질하는 진단)을 통해 철저히 부(富)를 추구한다. 어느 날, 미국으로 가기 위해 미 대사관의 브라운과 만날 시간을 맞추려고 회중 시계를 꺼내 보다가 30년 전 과거를 회상한다. 이인국은 일제 시대에 제국 대학을 졸업할 때, 회중 시계를 부상(副賞)으로 받는다. 잠꼬대도 일본어로 할 정도로 완전한 황국 신민으로 동화되어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아왔다. 해방 후의 격변기 속에서 그는 소련군 점령하에 그는 친일파라는 오명과 함께 치안대에 연행되어 온갖 욕설과 구타에 시달렸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그는 삶을 희구하는 가녀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감방에 감금된 그는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이질 환자들이 만연하자 형무소장의 명령에 의해 응급처치실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온갖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치료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스텐코프라는 소련인 군의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소련군 스텐코프 장교의 뺨에 붙은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겠다고 자청하여 혹제거 수술에 성공하고, 스텐코프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며, 친소파로 돌변하여 영화를 누린다. 이때 그는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시키게 되는데, 바로 그 다음해에 6·25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부자간의 이별이 되고 말았다. 그는 1·4후퇴 때 가족과 함께 월남(越南), 거제도 수용소에서 아버지를 잃게 된다. 이인국은 미군 주둔 시에도 그 상황에 맞는 처세술로 현실에 적응하며, 일제 시대에 같이 일했던 간호원 '혜숙'과 재혼해 딸을 낳는다. 대사관에서 브라운을 만난 이인국은 고려 청자를 그에게 선물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책감보다는 그의 취향을 생각하며 고민한다. 아무튼 이인국은 그 특유의 처세술로 브라운을 만족시키게 되어 미 국무성 초청장을 받는 목적을 달성한다. 도미(渡美)해서 거기 가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한다. 택시를 타고 느긋하게 달리는 그의 눈에 들어오는 가을 하늘은 더욱 높고 푸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 자료정리 - 국풍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