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가득한 '분노'

도로 위에 가득한 '분노' 처벌 강화에도 사라지지 않는 보복운전 지난 3월, 대전에서 승용차가 오토바이를 고의로 들이받았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히고 구속된 승용차 운전자의 범행 이유는 '비켜주지 않아서'였습니다 지난해 보복운전뿐 아니라 난폭운전만 해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죠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분노의 질주'가 벌어집니다 지난해 신고된 보복운전은 총 4천969건, 검거인원은 2천168명입니다 매일 13 6건의 보복운전이 발생하고, 6명이 검거된 셈인데요 실제 발생건수는 신고건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경찰청,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황영철 의원) 전문가들은 보복·난폭운전이 사람들의 운전습관과 관련된 것으로,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일이라고 분석합니다 고질적인 문제가 최근에야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라는 겁니다 빈발하는 보복운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문제의 원인을 운전 문화뿐 아니라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적 결함, 체증을 유발하는 도로 체계 등에서 찾아보는 경찰청 세미나가 열릴 정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복운전의 발생 원인으로 무엇보다 많이 지적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가만히 잘 가던 운전자에게 보복운전 유발하는 상대방은 왜 처벌 안 하나" "추월차로에서 서행하거나 깜빡이 없이 끼어드는 원인제공자부터 단속, 처벌하라"(출처: 연합뉴스 기사 댓글) 여론이 지목하는 보복운전의 발생 원인은 바로 '분노 유발 운전자들'입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운전 중 상대 운전자에게 화가 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중요한 건, 나를 화나게 했더라도 특정 차량을 대상으로 보복운전을 하는 건 범죄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잘못을 한 운전자에게 어떻게 화를 안 내냐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습니다 잘못된 운전습관의 '분노 유발자'들과 이를 참지 못하는 '분노의 추적자'들이 섞여 달리면서 보복·난폭운전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차의 달려가는 모습에 운전자의 인격이 드러납니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도로 위의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는지,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한 번씩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김지원 작가·정예은 인턴기자 shlamazel@yna co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