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도자기, 산을 품다…도예가 성낙우 / KBS 2023.04.25.
[앵커] 전통을 계승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실험으로 도자기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는 도예가가 있습니다 다양한 창작 도자기로 현대도예의 지평을 넓혀온 도예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자연의 품에서 흙과 함께한 작가에게 도자기는 자연을 담는 그릇입니다 ["빙 둘러쳐져 있는 산을 하나의 성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를 보호해주는 산 너머 또 산 또 산 또 산, 이렇게 산이 많이 중첩돼 있는 저 세계엔 어떤 세계가 있는지 그것도 궁금하기도 하고 "] 가까운 산 능선부터 굽이굽이 이어지는 먼 산까지 성낙우 작가는 도자기를 통해 산이 주는 안식과 넉넉함을 전합니다 마산 광려산 골짜기, 마을이 끝나는 외진 곳에서 작가는 평생 흙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에게 흙은 온기를 간직한 사람처럼 따뜻하고 정겹습니다 [성낙우/도예가 : "흙을 만지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고 흙의 질감이 우리 부드러운 흙을 만지면 아이들 손등 만지는 것처럼 살갗 만지는 것 같고 좀 거센 흙을 만지면 할아버지들, 할머니들 발바닥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사람 사는 냄새가 납니다 "] 고교시절인 열일곱 살에 입문해 도예 외길을 걸어온 55년은 흙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전통도예 청자, 백자에서 출발해 도자기로 인체를 표현하고 복을 부르는 호박, 다산을 상징하는 가지, 무병장수를 뜻하는 바위 등 다양한 창작도자기를 내놓았는데요 완만한 곡선의 도자기엔 부드러운 산 능선을 담았습니다 ["바지개(발채)라고 이야기를 하죠 바깥쪽에 선이 들어와 있는 게 빛의 방향도 가리키면서 발의 살도 표현하고 대형 접시 같은 경우에는 산의 지평선을 쭉 연결시켜서 손으로 수작업을 하면서 정형을 잡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 변화와 도전을 거듭한 작가는 14번의 개인전과 450차례 전시회에서 창작 도예를 알려왔는데요 도자기 형태에 따라 물레 대신 흙가래로 도자기를 빚습니다 ["골을 잡아야 되기 때문에 물레작업으로는 작업하기가 좀 까다로워요 갓난아기 다루듯이 부드럽게 다뤄줘야 "] 건조가 끝난 도자기는 세밀한 붓으로 산을 그려 넣습니다 여기에 광물을 배합해 만든 담백한 자연의 색을 더합니다 [성낙우/도예가 : "하늘에서 볼 때 석양이 진다든지 아침 햇살이 돋을 때 나오는 색상들을 위주로 "] 채색뿐만 아니라 유약 작업도 정교하고 고른 두께를 위해 스프레이를 이용하는데요, 0 3mm로 얇게 바른 유약 대부분은 기존 유약을 응용해 직접 고안한 것들입니다 도예 인생 55년은 흙과 함께 색을 연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현대도예에 걸맞은 다양한 색상을 얻기 위해 개발한 샘플이 가득합니다 ["이게 65번 이렇게 돼 있는데 넘버를 가지고 제가 원하는 색상을 만들 때 유약을 기록해 놨던 노트를 보고 유약을 만듭니다 "] 서른 번 넘는 실험과 시행착오 끝에 겨우 한 가지 색상이 나오는데요 그간의 탐구와 노력이 낡은 노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산책 중 만나는 흙 한 줌도 만져보고 문질러 보고 도자기에 응용하면서 그의 작품은 산처럼 깊고 넓어졌습니다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산은 늘 다채롭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내가 움직이는 곳에 따라서 산의 모습이 다 다르거든요 피아골에서 본 지리산의 모습, 하동에서 본 지리산 모습 곳곳이 가는 데마다 모습들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을 찾아 스케치해서 도자기에 한 번 담아보는 것도 훨씬 더 정감이 가는 산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 산을 닮아가는 도자기, 작가의 그릇엔 또 어떤 산이 담길지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