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풍'도 재난... 방재 매뉴얼 만든다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쓰러지고, 나뭇가지는 맥없이 부러졌습니다. 공사장 가림막, 철골 구조물 할 것 없이 강풍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입니다. 지난해 10월 6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초속 2, 30m가 넘는 강풍이 불어닥쳤을 때 모습입니다. 특히 고층 건물이 많은 해운대구청은 바람이 건물 사이를 통과하며 만들어내는 이른바 '빌딩풍' 탓에 강풍 피해가 더 컸습니다. 고층 건물에 바람길이 막히고, 바람이 건물 사잇길로 몰려 2~3배가량 더 강한 바람이 분다는 겁니다. 초고층 건물이 밀집된 해운대구 마린시티를 찾았습니다. 강풍 특보가 내려지지 않았는데도 옷깃이 휘날리고 나무가 요동칠 만큼 강한 바람이 붑니다. 양산을 들고 서 있기 힘들 정도입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주민[녹취] "다른 지역에서 바람 불었다 하는 날은 여기는 완전히…. 어떤 때는 애들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불어요. 엄청 심해요." 준공을 앞둔 엘시티 뒤쪽 아파트 단지 역시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강풍 피해를 본 주민들 역시 고층 빌딩의 영향을 의심합니다. 해운대구 미포 인근 주민[녹취] "건너가질 못해. 밀려 밀려 자꾸. 그래서 바닥에 기어가면 모를까 서서는 건너가질 못해요. 그래서 저거(엘시티) 때문인가라는 생각은 가지게 됐어요." 문제는 이런 강한 바람에 간판이나 유리창 등이 날려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권순철/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인터뷰] "해운대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바닷가 앞에 엄청나게 높은 고층 빌딩이 즐비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골바람 형성이라든지 와류 현상이 더 많이 생기고 있으므로…. 그리고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또 다른 재산피해,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해운대구청이 '빌딩풍'을 새로운 재난 유형 중 하나로 보고 이를 연구하는 이유입니다. 손정식/해운대구 안전총괄과장[인터뷰] "구조물 등이 떨어져서 얼마나 멀리 날아가서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그런 것도 보고. 바람 방향이나 속도가 바뀌면서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쳐서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 그게 가장 주목적입니다." 해운대구청은 올해 연말까지 마린시티와 엘시티 주변 미포 구역, 센텀시티, 달맞이고개 등 고층 건물이 많은 5개 구역의 빌딩풍을 연구하고, 재난 매뉴얼까지 만들 계획입니다. KBS 뉴스 이준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