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서점] 161.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혁명의 언어를 욕망의 언어로 비틀어낸 중국문학의 금서
2005년 봄, 중국 광둥성 격월간 문예지 《화청(花城)》 3월호에 장편소설 한 편이 상당 부분 삭제된 채 발표된다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어느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그러나 이미 많은 부분을 사전에 걸러냈음에도 발간되자마자 중앙선전부의 긴급 명령으로 초판 3만 부가 전량 회수·폐기되고, 향후 출판 및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금(禁) 조치’를 당하게 된다 중국 문단은 발칵 뒤집혔고 당국은 문예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작품은 당국의 바람대로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이 작품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바로 오프라인 출판물이 전량 폐기되자 수많은 중화권 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적판을 돌려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과잉 탄압은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작품은 중화권은 물론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문제작이 되었다 그렇게 작가 의도와는 달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1세기 중국 문단 최고의 화제작이자 비공식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해외에서도 10여 개국에 소개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