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일병시절 206- 동계훈련 3 숙영준비 (2사단, 노도부대, 32연대, 스키대대, 양구, 구암리, 소양호, 군대생활, 군대이야기, 군복무담, 전술훈련, 사명산, 웅진리,)
나의 일병시절 206 혹한기 동계훈련 3. 숙영준비 1982년 1월 25일. 월요일. 새벽 2시에 자대를 출발하여 동계훈련장인 웅진리 뒷산에 6시 30분에 도착하여 추진되어 온 아침밥을 먹고 숙영지를 할당 받았습니다. 그 사이 날은 점점 훤하게 밝아왔습니다. 숙영지를 할당 받고 텐트를 치기위해 땅을 파기 시작하는데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졌던 강원도 산골짜기 땅이 쉽게 파질리 없었습니다. 장비가 좋은 것도 아니고 군용 야전삽과 야전 곡괭이로 땅을 팔려니 통통 튈뿐 땅은 파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우선 주변에서 나무를 모아다가 불을 피워 땅을 녹인 다음 땅을 파려고 했습니다. 주변에는 화목으로 쓸 나무들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우리는 텐트자리를 확보한 뒤 불을 여러 곳에 피우고는 불을 쬐며 땅이 녹기를 기다렸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불을 피우고 이제는 웬만큼 녹았으려니 하고 땅을 파는데 웬걸 지표면에서 1센티 정도만 부슬부슬하고 그 아래는 여전히 얼음장이었습니다. 열기가 모두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모닥불로 땅 아래를 데우는 것은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방법을 포기하고 원칙적인 방법대로 그냥 파기로 했습니다. 응달진 산자락 땅은 두꺼운 얼음덩어리나 다름없었습니다. 흙도 황토 땅인데다 얼음 두께는 30센티 이상 되었습니다. 그동안 다른 부대들이 훈련하면서 팠다가 되메운 곳이라 얼음층이 더 두꺼운 것 같았습니다. 우리분대는 두 명씩 3개조로 나누어 텐트자리 세 군데에 직경 3~40센티 정도 자리를 정하고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파기 시작했습니다. 땅을 파는 작업은 그야말로 원시인이나 다름없었고 개미역사였습니다. 크기가 작은 군용 야전삽과 야전곡괭이로 꽁꽁 언 땅을 내려치니 마치 돌을 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어디 가서 다른 장비를 구해올 수도 없었습니다. 조금 판 뒤에 불을 피워 녹이고, 또 파기를 반복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렇게 세 시간 이상을 파내니 마침내 얼음 층이 끝나고 생땅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 숯불을 집어넣어 땅을 녹이면서 옆으로 굴을 뚫듯이 속을 파내고 다시 불을 피워 녹인 뒤 파내기를 반복하면서 점차 그 영역을 넓혀 나갔습니다. 이렇듯 우리들이 들어갈 텐트자리 땅을 파는 작업은 점심을 타다 먹고도 오후 5시 이후 까지 정말 악전고투하며 진행했습니다. 거의 10시간 동안을 땅을 파는데 매달린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손바닥에 온통 물집이 잡히고 추운 겨울인데도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흘렀습니다. 이같은 피나는 작업 끝에 우리는 분대원들이 모두 들어갈 만한 텐트자리를 1미터 정도 깊이로 팠습니다. 참으로 야전삽과 야전곡괭이만 가지고 개미역사 같은 작업을 한 것입니다. 그 다음에 근처에 있는 갈참나무를 베어다가 기둥과 골조를 만들어 세우고 텐트를 그 위에 덮는 방법으로 높이 1.5미터 되는 반지하 텐트를 완성했습니다. 텐트 위에는 낙엽과 풀을 긁어다가 덮어서 위장과 보온이 되도록 하고, 바닥에도 낙엽을 두툼하게 깔아 냉기가 올라오지 못하게 한 뒤 그 위에 판쵸우의를 깔고 모포를 깔았습니다. 1주일동안 생활할 공간이기 때문에 총기 거치대도 만들고 군장을 올려놓을 관물대도 만들었습니다. 이 작업은 저녁식사를 타다 먹고도 한참을 더한 뒤 완성하였습니다. 이렇게 텐트를 치고 나니 그럴싸한 비트가 완성되었고 안에 들어가 보니 온화해서 그런대로 생활 할 만했습니다. 동계훈련 군장에는 1인 당 모포 3개씩 달게 되어 있습니다. 모포 한 장으로 두 사람이 덮을 수 있으므로 우리는 두 사람씩 짝지어서 모포 6장을 가지고 1장은 바닥에 깔고 나머지 5장은 덮고 잡니다. 이렇게 땅을 파고 숙영하면서 모포를 다섯 장씩 덮게 되면 우리는 그런대로 추위를 이기며 야전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텐트가 완성되고 일찌감치 자리에 누워 취침을 시작했습니다. 자리에 누워 생각하니 오늘 하루가 아련했습니다. 정말 오늘 하루도 분주하고 힘든 날이었습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첫 0시부터 기상하여 4시간이 넘게 행군을 하고 또 딱딱하게 얼은 땅을 손이 부르트도록 파고 텐트를 쳤습니다. 비록 스키훈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참들은 말을 하지만 나처럼 스키훈련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힘든 것만이 내게는 심한 피로와 고통으로 다가 올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