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차항출해’ 본격화…동해 흔들리나 [클로즈업 북한] / KBS 2023.06.17.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가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중국에게 열어줘 주목됩니다 이달부터 중국 동북 지역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곡물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중국 남방으로 운송되고 있는데요 1860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배했던 중국으로선 163년 만에 사용권을 돌려받은 셈이죠 관세 등이 부과되지 않는 바닷길이 열려서 물류비용을 크게 아끼게 됐습니다 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 획득은 중국 배들이 본격적으로 한반도 동해를 드나든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중국의 본격적인 동해 진출이 남,북한에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러시아로 넘어가는 중국 지린성 훈춘 세관 진입로 대형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3~4킬로미터가량 길게 줄지어 있습니다 국경을 넘은 중국 화물차들이 도착한 곳은 블라디보스토크항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지린성의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사용하는 걸 허가한 겁니다 [블라디보스토크 해상 물류 관계자 : "우리 배가 온 후에 항구에 화물을 싣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 지린성 전체 물량을 모아서 이쪽으로 보내고 있어요 "]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6월 1일부터 자국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외국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하는 ‘차항출해’ 전략이 실현된 겁니다 [중국 지린TV 보도/3월 31일 : "항만 인프라를 더욱 개선하고 국경을 넘는 운송 경로를 원활하게 하며 전면적인 '차항출해'를 실현합니다 "] 그동안 지린성 등 중국 동북 지역은 육로를 통해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랴오닝성 다롄항을 통해 해상 화물을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항 이용으로 이백 킬로미터 남짓의 해상운송이 가능해졌습니다 육로 운송 거리가 5분의 1 정도로 줄어 물류비도 획기적으로 줄게 됐습니다 [리우칭빈/중국 시사평론가 : "우리나라는 동북에서 생산되는 식량,목재,광물 등의 상품을 동남 연해로 운송하는 것이 더욱 편리해집니다 "] 여기에 관세와 수출입 관련 세금도 부과하지 않습니다 1860년 베이징 조약 체결로 러시아에 내주기 전까지‘해삼위’라 불리며 지린성에 속했던 블라디보스토크 163년 만에 재개된 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은 자국 내 물류 운송을 넘어 본격적인 동해 진출의 발판을 확보한 것이란 의미가 더 주목됩니다 [양희철/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 "그동안 동해나 북태평양에 진출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했는데 그 방법론 중의 하나가 중국한테 새로운 기회로 부여가 됐다는 측면,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에 활용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걸 빌미로 추가적인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다라는 점은 동북아에서 해양 질서 패권 간 경쟁 관계에서 중국에게 부여하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 중국은 오랜 기간 동해 진출 전략을 준비했는데요 첫 단계가 바로 동해 조업권 확보였습니다 해안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동해 바다 물에 잠길 듯 위태로운 목선에서 변변한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그물을 끌어 올리는 이들은 북한 어민들입니다 또 다른 북한 어선 역시 장비가 열악하긴 마찬가집니다 먼바다까지 나가 조업을 하기엔 눈으로 봐도 무리가 있는데, 실제로 표류 사건도 빈번합니다 울릉도 바닷가에서 발견된 이 북한 목선엔 시신 4구가 있었습니다 [최상문/북한 어선 발견 어민 : "입항하던 중에 배가 뒤집혀 있어서 이상하다 싶어서 가 보니까 북한 선적 배고 "] 같은 달 동해와 맞닿은 일본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 앞바다에도 목선 한 척이 뒤집힌 채 밀려왔습니다 선박 내부엔 시신과 함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배지가 발견됐습니다 두만강 하구에서 러시아 쪽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에서도 북한 어선들이 무더기로 발견되는데요 북한 목선의 잦은 표류와 나포는 중국의 동해 지역 조업 때문입니다 [양희철/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 "중국 같은 경우는 6월부터 9월 혹은 10월까지 금어기 선포를 하거든요 황해 수역 전체를 금어기로 선포하는데 이 금어기 동안 중국 어민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되다 보니까 이것들을 외곽 다른 지역에서 기회를 창출해 줘야 하는 필요가 있었어요 그 공간을 찾게 된 것이 북한의 동해 수역이었습니다 제일 처음 2004년도에 출발할 때는 굉장히 소규모 어선만 운영할 수 있는 규모였는데 점차 확대가 됐죠 백몇 척에서 시작했던 것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는 거의 2천 척까지 됐고요 평균 잡아서 한 매년 천 척 정도가 북한 동해 수역에 진입해 어로작업을 했습니다 "] 2004년 북한은 중국에 배 1척당 약 4천 800만 원을 받고 동해 조업권을 팔았습니다 그 뒤 중국 어선들이 몰려들면서 북한 어민들은 어장을 잃고 점점 더 먼 바다로 밀려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중국의 이 같은 동해 조업은 우리의 수산 환경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북한 수역 조업권 획득을 내세워 한일 중간 수역이자 오징어 황금어장인 ‘대화퇴 어장’까지 중국 어선들이 밀고 들어온 겁니다 뱃머리에 북한 인공기를 단 중국 어선들은 저인망 쌍끌이 그물로 조업을 하는데요 명백한 불법입니다 [중국 어선 목격 어민 : "버젓이 (조업하면서) 가서 일부러 사진 찍고 이래도 신경을 안 쓰고 조업을 하잖아요 "] 밤이 되면 우리 어선보다 예닐곱 배 이상 밝은 불빛으로 오징어 떼를 끌어모으고, 쓸어 담습니다 중국 어선이 동해에 뛰어든 뒤부터 한국과 일본의 오징어 어획량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2003년과 비교하면 살오징어 어획량이 한국은 80 2%, 일본은 81 3%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대화퇴는 한일 중간수역인 데다 북한 수역과도 인접해 우리 해경의 단속도 쉽지 않습니다 [양희철/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 "중국의 조업 수역이 2017년도 이후에 조금씩 조금씩 외곽으로 확대가 되는 현상이 보여요 그런데 단순하게 외곽으로 확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확대되는 방향성을 보면 동해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대화퇴어장이 그쪽에 있어요 의도적으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통해서 합의된 어종뿐만 아니라 거의 싹쓸이하는 형태의 조업이 계속 진행되어 왔었습니다 "] 동해에는 오징어는 물론 명태, 정어리 같은 상업성 어종이 많고 연안엔 갑각류와 패류, 해조류도 풍부한데요 이 모든 수산 자원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박영일/남북농립수산물사업협의회장 : "명태가 고성하고 강원도에서 자취를 감췄고 북한 청진 앞 해역에도 자취를 감췄고 임연수도 엄청났었습니다 영덕 대게 그리고 털게도 잡았는데 (동해) 수역이 깊고 고기들이 서식하기 좋아서 어종이 풍부한데 중국 어선들이 쌍끌이 하면서 많은 어족자원이 없어진 겁니다 "] 2017년 유엔 안보리는 동해 북한 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조업 금지를 대북 제제에 포함했지만 사실상 무시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획득한 중국의 동해 진출 전략은 2000년대 들어 보다 가시화 했습니다 역시 북한을 활용했는데, 사용권을 확보한 나진항을 중계무역항으로 이용하며‘차항출해’를 본격화한 겁니다 2010년 시범적으로 나진항을 통해 동북의 석탄을 상하이로 운송했고, 2015년 식량과 목재 등을 남방으로 이동했습니다 2010년 5 24 조치 전까지 활발한 대북 사업을 벌였던 이 사업가도 나진항의 경제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데요, [박영일/ 남북농립수산물사업협의회장 : "(나진항에서 출항하면) 17시간, 19시간이면 부산 도착입니다 농·토·임·수산물 광물까지 북한에서 생산되는 것 중 안 온 물건이 없습니다 심지어 살아있는 고기 살아있는 어패류, 조개류 종류는 속초에 중국 배가 살아있는 그대로 싣고 왔어요 "] 다만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제재 강화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국경봉쇄로 현재는 나진항 사용이 중단됐습니다 이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이 상당 기간 나진항을 대체할 전망도 나옵니다 연간 물동량 천만 톤에 달하는 러시아 극동 최대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한 중국 내 물류 운송 변화는, 특히 우리 식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박영일/남북농립수산물사업협의회장 : "물류 이동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가 올 것으로 봅니다 지금도 중국으로 러시아산이 많이 가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우리 식탁이 첫째 털게나 영덕 대게의 값이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가자미나 연어도 과거에는 중국에서 수요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날이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한국에 오던 물량의 가격은 상승하리라고 봐요 "] 우리 동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중국 선박들의 무분별한 해양 쓰레기 투기와, 중국 정부의 해양 정보 분석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양희철/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 "환경에 미치는 영향 요소들 그리고 우리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 요소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중국에 선단들이 움직이는 모든 해역에 대한 해안 공간정보, 해안 특성 정보가 중국으로 노출이 될까 이런 부분들까지 우리가 조금 고민해야 할 단계가 됐고 과거에는 단순하게 지켜보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의 모든 움직임을 관련 유관 부처들이 모니터링 해 가면서 영역별로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금 씩 관리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163년 만에 재개된 중국의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 우리에겐 정부나 기업 간 경제 협력의 가능성은 낮은 만큼, 중국의 본격적인 동해 진출을 주의 깊게 보며 전략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 KBS 기사 원문보기 :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 이메일 : kbs1234@kbs co kr #북한 #중국 #차항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