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울리는 ‘분양형 호텔’… ‘승소’해도 소용없어 / KBS  2023.05.08.

은퇴자 울리는 ‘분양형 호텔’… ‘승소’해도 소용없어 / KBS 2023.05.08.

[앵커] 최근 전세 사기가 '청년'들을 울리고 있다면, 퇴직금으로 투자한 '노년층'을 울리는 피해도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호텔을 짓고, 수익금을 나누는 '분양형 호텔 사업'인데요 전국에서 피해자가 속출하며 대부분의 분양형 호텔이 법적 분쟁에 휘말려있는데, 문제는 승소해도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먼저, 강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송도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한 호텔에 수십 명이 모여 있습니다 객실을 지을 때 각자 수억씩 투자하고, 운영 수익의 일부를 배당받기로 한 사람들입니다 최고 7%의 수익을 약속한 운영사를 믿고 은퇴자금을 투자했지만, 수익금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업체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이 어렵다며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은 겁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오히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 호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은 물론 연체료까지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까지 벌여 승소했지만, 여전히 수익금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양형 호텔 투자자 : "이자와 소중한 시간과 이런 것을 무지하게 빼앗기고 있습니다 이걸 어디 가서 보상하겠습니까?"] 수익금을 받을 길이 없자, 투자자들은 다시 소송을 벌여 객실 소유권을 돌려받았고, 직접 운영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운영사에 막혔습니다 호텔 측에서 객실만 빼고, 호텔 운영에 필수적인 엘리베이터와 세탁실, 회의실 등 공용 공간을 쓰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객실 소유권까지 돌려받았지만, 공용공간도 사용할 수 없고, 이렇게 개인 소유인 객실 안의 비품까지 모두 사라진 상탭니다 분양형 호텔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퇴직금이나 노후 자금을 투자한 노년층입니다 [분양형 호텔 투자자 : "내가 누구한테도 이야기를 못 합니다 내 나이가 80이 다 됐는데 소송 걸어서 재판에서 이겼는데 공동운영도 수분양자들에게 왜 안 주냔 말입니다 "] 운영사 측은 잇따른 소송과 운영권 분쟁 탓에 영업을 제대로 못 해 수익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혀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앵커] 네, 앞서 보신 것처럼 분양형 호텔 투자 피해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강예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 기자, 우선 분양형 호텔이 뭔지, 또 언제부터 이런 투자가 많아졌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분양형 호텔은 말 그대로 호텔 객실 하나하나를 아파트처럼 개인에게 분양한다는 개념입니다 호텔을 지을 때, 투자자들이 객실 하나당 몇억 원씩 투자하고요 이후 운영사가 호텔 운영 수익의 일부를 객실 분양자들에게 나누면서 운영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분양형 호텔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호텔 특별법'이 만들어진 뒤 많아지기 시작했는데요 해외 관광객이 늘어 부족한 숙박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크게 풀었습니다 규제가 풀리자 전국적으로, 특히 관광지인 부산, 제주 등을 중심으로 분양형 호텔이 들어서게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분양형 호텔에 투자한 사람들, 대부분 수익금도 받지 못하고 있고, 또 법적 소송 중이라면서요?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전국 150여 개 분양형 호텔 중 한 곳 빼곤 모두 법적 소송 중이라고 하는데요 사실상, 법을 시행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규제가 풀린 틈을 타 너도 나도 호텔 사업에 뛰어 들다 보니, 자본이나 운영 능력이 없는 업자들도 시장에 대거 들어오게 됐죠 이렇게 무분별하게 호텔이 들어서 공급 과잉이 되니 막상 호텔 운영에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게 된 거죠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수익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습니다 [앵커] 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피해자들을 보호하거나, 구제하는 방안도 없나요? [기자]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됩니다 영업이 안 돼서 운영이 어려운 경우에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요 더 심각한 건 앞선 사례처럼 영업이 어렵지 않은데도, 수익금을 받지 못하는 경웁니다 수익금 반환 소송까지 해서 이겨도 돈을 받지 못하니 피해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데요 취재를 해보니 운영사들이 돈을 안 주고 버티는 건 기본이고, 투자자들이 가압류를 걸면 일부러 파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익금을 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수익금을 안 주니까 호텔을 직접 운영해 수익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운영사가 엘리베이터 사용 못 하게 하고, 단전, 단수시켜서 교묘하게 직영을 못 하게 방해하는 거죠 [앵커] 이렇게 피해가 반복되는데, 왜 관련 대책이 안 나오는 겁니까? [기자] 한 마디로 설명하면, 이 문제를 책임지고 관리할 정부 기관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법상 호텔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입니다 그런데 문체부는 관광진흥법상 일반 호텔만 자기들 소관이지, 분양형 호텔은 특별법상 소관이 아니라 관리하기 어렵다, 이렇게 말하고 있거든요 분양형 호텔의 영업신고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역시 비슷한 입장입니다 영업신고와 위생관리만 맡을 뿐, 피해 구제 등은 우리 권한 밖이다, 이런 입장인 거죠 이런 문제가 이미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어요 당시 문체부 장관이 직접 앞으로 관계부처 간 회의를 해 문제 해결하겠다 이렇게 공언했지만, 저희가 이번에 취재를 해보니 아직도 논의된 사항은 없다고 합니다 분양형 호텔 투자 피해자는 현재 집계된 것만 5만 명, 피해 규모도 10조 원에 달하지만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피해가 계속되는데 대책은 없다, 참 답답한 상황이군요 강예슬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촬영기자:윤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