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얼굴 없는 기부 천사…전국 곳곳 ‘익명 기부’ / KBS뉴스(News)
[앵커] 날씨는 쌀쌀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성탄절 보내고 계십니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게 되고, 또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해야지 하고 다짐도 하게 되는데요 참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있죠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얘깁니다 [리포트] 어제 저녁, 서울 명동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답게 수많은 인파와 함께 성탄절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요 자, 이맘때면 캐롤 만큼이나 빠지지 않고 들려오는 소리가 있죠 바로 이 구세군의 종소리입니다 ["사랑의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입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어려운 경기 탓에 기부 손길이 점점 준다고 하지만 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은 정성을 보태는 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박찬진/구세군 사관학교 팀장 : "저금통을 가지고 오는 아이가 있거든요 그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돼지 저금통 큼지막한 분홍색 통을 동전으로 가득 채워서 가져오더라고요 "] 특히 해마다 얼굴도 알리지 않고 이 자선 냄비에 고액 기부를 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올해 역시 청량리역에 설치된 자선냄비에 얼굴 없는 기부천사가 다녀갔습니다 [신연호/구세군 자원봉사자 : "9일 3시 반쯤에 남자분이 네모난 가방 하나 들고 사선으로 걸어와서 얼굴도 안 보이고 돈만 넣고…… "] 그 봉투엔 1억 1400만 1004 원이 찍힌 수표 한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신연호/구세군 자원봉사자 :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세상에 너무 큰돈이라서 이야 이런 큰돈을 대단한 분이다 이렇게 큰돈을 어떻게 넣을까 이런 돈을 모아서 갖고 오실 때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모았을까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게 보통 마음이 아니잖아요 "] 같은 날, 이 냄비엔 또 다른 60대 남성이 5만 원짜리 40장을 넣고 가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얼굴 없는 기부천사들의 온정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찬진/구세군 사관학교 팀장 : "어제 백만 원 수표 넣어주신 분이 있고 지난주에 이곳에서 3천만 원짜리 수표를 넣어주신 분이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아직도 세상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 남몰래 이웃사랑을 전하는 기부 천사들의 따뜻한 마음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인천으로 가보죠 이 행정복지센터에 지난 20일,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김성희/인천 연수2동 행정복지센터 팀장 : "익명의 기부자가 쌀 20킬로 백 포를 기부하겠다는 연락이 왔었고요 배달이 들어왔습니다 "]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보내온 쌀입니다 대체 누가 보낸 걸까요? 기부자의 정체, 당연히 궁금하시죠? 얼굴 없는 천사에게 쌀을 주문받았던 마트의 직원은 이 기부자를 50대 남성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임순미/마트 직원 : "생각나죠 생각나는데 너무 수수하게 입으셔서 쌀을 보고 오시더라고요 백 포를 하신다는 거야 깜짝 놀라서 계산을 했는데 진짜 하실 거예요? 제가 처음에 그랬거든요 진짜 하신다고 500만 원 정도 되거든요 "] 마트의 영업 마감 시간을 앞두고 찾아와 20kg짜리 쌀 100포를 주문한 이 남성 이 남성이 남긴 정보는 '인근 행복복지센터로 모두 배송해 달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임순미/마트 직원 : "영수증을 출력하면 주소를 적어요 주소를 적는데 주소도 안 적어주시면서 그냥 연수2동사무소 갖다 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냥 기부하니까 조용히 넘어가면 좋겠다고 하셔서 너무 좋은 일 하시는데 한두 푼도 아니고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아니라고, 조용한 게 좋다고 쓱 가시더라고요 "]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낸 100포대의 쌀은 추운 겨울을 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겠죠? [김성희/인천 연수2동 행정복지센터 팀장 : "이번 주 금요일부터 배부를 해서 다음 달 초까지 배부를 완료하고 그분들이 연말연시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 해마다 잊지 않고 기부를 이어가는 익명의 기부자들 여기는 경남 창원입니다 이 읍사무소에는 벌써 3년째, 이맘때가 되면 3백만 원어치의 쌀포대가 도착합니다 역시 얼굴 없는 기부자의 선물입니다 [심원보/경남 창원시 동읍행정복지센터 :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해도 굳이 신원을 밝히길 꺼려 하시는 것 같았어요 "] 덕분에 이웃들은 매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습니다 ["어르신, 동읍사무소에서 왔습니다 "] [강태원/경남 창원시 : "밥만 먹으니까 주식으로 할 간식도 못 먹고 이러니까 (쌀 선물이) 참 기분이 좋아요 흐뭇합니다 "] 충북 제천에선 17년째 연탄 수만 장을 보내주는 일명 '연탄 천사'가 있는데요 올해 역시 2만 장을 기탁한 채 사라졌습니다 [제천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알려지는걸) 원하지 않으신다고 하셔서 굳이 찾으려고 노력은 안 했거든요 300장에서 500장 정도 56가구에 지원될 예정이에요 "] 대구에서도 8년째 익명으로 기부금을 전하는 키다리 아저씨가 있습니다 [김찬희/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리 : "(23일) 저녁 7시경에 저희 사무실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매년 1억 2천여만 원의 성금을 매년 기탁해주셨는데 올해는 이천여만 원의 성금을 기부해주셨습니다 "]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걸 원치않는다며 한사코 '얼굴없는 천사'로 남았습니다 면접비 내겠다는 분에서 책 판 돈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더 많은 이들이 기부에 동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자신도 넉넉하지 않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꺼이 동참하는 새로운 기부천사들이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유병모/인천 청학동장 : "오전 11시쯤에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 한 분이 오셨는데요 10원짜리 500원짜리 동전이 가득 담긴 상자 하나를 가져오셨더라고요 그러면서 본인도 청학동에 살고 있는데 청학동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이 돈을 전해 달라, 불우이웃을 위해서 사용해달라는 말씀을……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굴도 이름도 알리지 않고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기부천사들 나눔의 손길이 줄어든 요즘 이들의 사랑이 추운 겨울 이웃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