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역사스페셜 – 증도가자 논란, 세계 최고 금속활자의 진실은?

KBS역사스페셜 – 증도가자 논란, 세계 최고 금속활자의 진실은?

12점의 금속활자,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인가? 2010년 9월 2일. 서울의 한 고미술전시관에서 금속활자 12점이 공개됐다. 연구가의 주장은 놀라웠다. 이 활자들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이 앞서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찍은 실물 활자라는 것이다. 직지조차도 그것을 찍은 실물 활자는 발견되지 않았기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계 인쇄 역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엄청난 일이다. 활자가 공개되자마자 학계에선 공방이 뜨거웠다 번각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서체와 활자는 일치하는가? 중원대학교 이상주 교수는 문제의 활자가 증도가자라는 핵심 근거인 글자의 유사성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활자와 인쇄물에 나타난 글자에 글씨를 써나가는 운필법과 서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책은 금속활자본의 번각본이다. 번각은 말 그대로 금속활자본으로 찍은 책을 뒤집어 붙여 목판을 깎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번각본은 금속활자본과 오차가 있다. 과연 ‘같다’와 ‘다르다’를 구분하는 오차의 한계는 무엇일까? 미공개 된 8점의 금속활자의 추가 공개 남권희 교수 연구팀은 9월에 공개된 12점과 함께 발굴된 12점의 금속활자를 제작진에게 추가 공개했다. 이 중 끊을 단 활자와 인쇄본의 서체 일치 비율이 매우 높았다. 연구팀은 획의 수가 많을수록 글자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증도가자라는 문제의 활자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직지를 만든 밀랍주조법과 달리 문제의 활자는 활자 단면에 무언가로 긁은 듯한 연마의 흔적이 있다. 또한 활자의 양쪽에 날개 모양의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있는 조선시대 금속활자에서 이 문제의 활자와 유사한 연마흔을 발견했다. 이들은 조선시대의 금속활자 주조법인 ‘주물사주조법’에 따라 주조된 것이다. 제작진은 금속활자장과 함께 ‘용재총화’에 기록된 방법으로 주물사주조법을 재연했다. 그러자 문제의 활자에서 보인 것과 유사한 흔적이 나타났다. 활자의 이런 외형적 특성이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연구팀에서는 이런 이유로 이 활자의 위조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탄소 연대 측정, 그 결과는? 제작진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진실에 접근해 보기로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문제의 활자 슬플 비, 부처 불 2점에 남아있는 먹의 AMS 탄소 연대 측정을 의뢰했다. 이 결과에 따라 먹이 제작된 시점이 드러난다. 분석 결과 슬플 ‘비’자 먹의 탄소 연대는 1160년~1280년으로 이것은 ‘남명천화상송증도가’가 번각돼 인쇄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했다. 신역사스페셜 52회– 증도가자 논란, 세계 최고 금속활자의 진실은? (2010.12.2.방송) http://history.kbs.co.kr/ 2017년 4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해 부결했다. 서체 비교, 주조 및 조판 등에 대한 과학적 조사 결과 지정 신청한 활자들을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부결 사유를 밝혔다. 다만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등을 통해 오래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으나 유물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해 고려금속활자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