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양말 먹는 도깨비가 살고 있어요🎶" #도깨비와의 사투🎃
"우리 집엔 양말 먹는 도깨비가 살고 있어요🎶"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나는 긴장한다 세탁기의 구멍 너머, 한줌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회전하는 드럼 속에서 검정 양말과 빨강 양말, 회색 줄무늬 양말이 서로 부대끼며 한데 어우러질 때, 나는 잠시 생각한다 이번에는 무사히 짝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잔혹하다 세탁기를 멈추고 양말들을 꺼낼 때면 어김없이 하나가 사라져 있다 어쩌다 한 짝을 찾으면 다른 한 쪽은 기약 없이 사라진다 마치 어디론가 납치당한 듯, 그 흔적조차 없다 나는 이 미스터리를 '양말 먹는 도깨비'의 소행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 도깨비는 세탁기 속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내가 눈을 돌린 사이 양말 한 짝을 낚아채 간다 도깨비는 왜 양말을 좋아하는 걸까? 그것도 꼭 한 짝씩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왠지 그 도깨비가 외롭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그렇게 사라진 양말들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혹여나 어디선가 다시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서랍을 뒤져보지만, 검정 양말은 없고 빨강 양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양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이제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도깨비와의 사투를 벌인다 양말 한 짝을 지키려는 나와, 그것을 빼앗으려는 도깨비 결국 매번 패배하지만, 어쩐지 얄미운 대신 그 도깨비에게 따스한 정이 든다 내가 잃어버린 양말들로 도깨비는 어떤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을까? 아마도, 도깨비의 보물 상자 어딘가에 내 양말들이 고이 접혀 쌓여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웃음이 난다 양말 먹는 도깨비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지라도, 그 속에 작고 따뜻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