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작의 산책] 노처녀의 가여운 발광, B사감과 러브레터

[한국명작의 산책] 노처녀의 가여운 발광, B사감과 러브레터

#B사감 #러브레터 #현진건 #기숙사 #여헉생 B여사는 C여학교의 교원 겸 기숙사 사감인데 성질이 사나운 독신주의자이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유명합니다. 요즘은 노처녀라고 하기 뭐한 나이지만 당시로는 나이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에 외모도 어디 내세울데가 없는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누렇게 곰팡이가 슬은 굴비와 같았습니다. 그녀는 벗겨진 이마에 숱이 적어 엉성하게 빗겨 넘긴 머리 등 늙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 특히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 매서운 눈으로 기숙사생을 노려보곤 했습니다. 그런 B여사가 질겁을 할 정도로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이 러브레터였는데 아름다운 여학생들이 많은 탓인지 하루에도 몇 장씩 사랑 타령이 날아들었습니다. 기숙사 학생에게 오는 편지는 B사감이 모두 검사를 하는데 러브레터를 보면 그녀는 몹시 흥분되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고 편지를 든 손을 벌벌 떨면서 화를 내었습니다. 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한테서 그런 편지를 받은 학생이야말로 큰 재난을 당하는데 기숙사에 돌아오자마자 그 학생은 사감실로 불려가게 됩니다. 그녀는 분해서 못견디는 사람처럼 방안을 왔다갔다 하다 학생이 들어오면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바싹 다가와 마주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