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동대문교회] 사순1주일 설교

[대한성공회 동대문교회] 사순1주일 설교

한주희 한나 사제의 설교를 공유합니다 불안과 근심 중에 있을 모든 교우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 2020년 3월 1일 가해 사순 1주일 설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2주면 그리 긴 기간도 아닙니다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막상 텅빈 성당에 앉아 있자니 이렇게 허무하고, 이렇게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여러 상황을 깊이 고민하고 헤아린 교구의 결정을 지지하고 공감하지만, 막상 주일에 우리 공동체가 함께 모여 감사성찬례를 드리지 못한다는 것은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주일성수가, 이 주일 성찬례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말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주일이면 교회에 가서 성찬례를 드리는 것, 기도하고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성체를 모시고, 애찬을 나누고,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당연했습니다 거기에 사실 감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일상이 되어버려, 무뎌져, 습관이 되었으니까요 아니 어쩌면 좀 귀찮은, 처리해야 하는 임무 중에 하나였을지도 모르지요 사순 첫 주일을 맞이하며,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흔드는 이 사건을 통해 주님은 우리에게 진짜 사순절의 의미를 깨닫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순절은 깨어지고 무너진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분과의 관계가 어떤지 성찰할 틈도 없이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을 흘려보내기에 바쁩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이번 사순절에 귀한 선물을 주신 것 같습니다 멈추어 성찰하라고 말입니다 하느님과 내가 깨어진 곳은 없는지 무너지고 무뎌진 곳은 없는지, 우리 공동체가 깨어진 곳은 없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소외된 곳은 없는지, 서로에게 더 깊게 관심하고 챙길 시간과 마음을 우리에게 선물하십니다 하느님과의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 사순절의 시작에 우리는 창세기에 담긴 세상의 처음 이야기 중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깨어지는 첫 모습을 듣습니다 그리고 복음성서를 통해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받으신 세가지 유혹을 듣습니다 창세기에 뱀으로 등장하는 유혹자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고요 하느님께서 이 열매를 먹으면 죽는다고 하셨지만 안죽는다고 알려줍니다 뱀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사실을 말한 것이지요 ‘하느님처럼 눈이 밝아져 선과 악을 알게 된다’고 알려줬으니까요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마음’ 피조물인 우리가 창조주가 되고 싶은 우리의 깊은 욕망을 건드린 겁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되어봐, 하느님이 되어도 괜찮아 라고 유혹하는 것이지요 내 마음대로, 내 욕심대로 하고 싶은 유혹 거기에서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는 금이가기 시작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낮과 밤을 단식 한 후 악마의 유혹을 받았고 그것을 이겨내신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먼저 악마는 예수님께 돌로 빵을 만들어보라고 유혹합니다 그런데 그의 유혹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너가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입니다 당신이 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가장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 경제적인 문제는 당연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줘서 그들의 인정을 받으라고, 하느님을 이용해서 잘 먹고 잘 사는걸 보여주라는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유혹을 거절하시지요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그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지, 하느님을 우리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두 번째 유혹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에도 너가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니 성전에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 기적을 보여 달라는 겁니다 너의 믿음으로 기적을 나타내보이라고, 하느님의 힘을 빌어서 모든 문제를 기적적으로 해결해보라는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리는 일을 굳센 믿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시험하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신앙인은 초능력을 얻어 기적을 행하며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마지막은 세상의 모든 왕국을 보여주며 자기 앞에 엎드려 절하기만 하면 그것을 모두 주겠다는 유혹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에게 얽매이지 말고, 눈에 보이는 온 세상을 얻으라는 유혹입니다 사실 우리도 이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눈에 보이는 수만가지 것들이 있지요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의 중심이 하느님만을 향해있는지, 주님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성찰해야합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이용하여 자신이 하느님처럼 살려고 하거나, 내 배고픔을, 내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이용해 신통한 능력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유혹에 매번 흔들리고 넘어갑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가 깨어지는 순간은 이런 마음에 흔들리고 넘어갈 때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느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시니, 지금 어려움을 겪는 이들, 특히 코로나 19로 힘겨운 이 상황을 한방에 해결해달라고, 그렇게 하느님의 능력을 보여달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느님은 그렇게 일하시지 않습니다 어떤 특정인들을 구별짓고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은 예수님의 방법이 아닙니다 오늘 예수님을 보십시오 예수님은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시고 누구보다 공고할 때 이 유혹들에 취약한 그 상황에서도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돌아가 그 말씀에 의지하십니다 유혹을 이기는 길은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사순절은 우리의 무력하고 나약함을 철저히 깨닫는 시간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만나는 유혹은 무엇입니까? 하느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입니까? 눈 앞의 이익입니까? 아무도 따라하지 못할 기적같은 일을 행하는 것입니까? 내게 다가오는 하느님보다 우선하여 흔들리는 유혹들은 무엇인지 살펴 나와 하느님의 관계는 지금 어떠한지, 나와 교회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교우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다시금 성찰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사사로운 욕심과 편견을 버리고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에 의지하여 참된 신앙을 되찾는 사순절기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