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강촌에 살고싶네 (1969)

주현미 - 강촌에 살고싶네 (1969)

노래 이야기 1965년, 늦은 오후 경춘선을 타고 서울로 향하는 상경 길에 오른 한 남자는 차창에 스치는 바깥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춘천역에서 몇 정거장을 지나면서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려앉을 때, 남자는 창밖의 풍경에 마음을 뺏기고 맙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과 푸른 숲,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골집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고요 남자는 아름다운 풍경에 이끌려 그만 중간에 기차에서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한 여인숙에 짐을 풀고, 어두워진 숲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가사를 적기 시작하는데요 이튿날 아침에는 강 버드나무 사이로 새들이 날아오르는 풍경을 가사로 적었는데, 이렇게 탄생한 노래가 바로 '강촌에 살고싶네'입니다 남자의 이름은 설강 '김성휘'선생님이었고요 김성휘 선생님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역은 바로 '강촌역'이었는데요 뻐꾸기 소리 들리는 밤에 적은 가사는 '강촌에 살고싶네'의 2절 가사가 되었고, 이튿날 아침의 아름다운 풍경은 1절로 하얀 종이 위에 고스란히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이 가사는 4년 후, 작곡가 김학송 선생님에게 전달되었고, 우리가 사랑하는 나훈아 선배님의 노래 '강촌에 살고싶네'로 완성됩니다 어떤 분들은 '강촌'이 강가에 있는 마을을 뜻하는 일반명사쯤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노래의 '강촌'은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가 배경이었던 거지요 우리나라 가요 중에 여러 지명이 들어간 노래들이 많고 각 지역의 다양한 풍광을 노래했지만, 그중에서도 '강촌에 살고 싶네'는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로 손꼽힙니다 구불거리는 강줄기와 잔물결 살랑대는 강가에 늘어진 능수버들, 강기슭 오두막 굴뚝에서 간들간들 피어오르는 연기, 지나가던 길손이 기차에서 즉흥적으로 내릴 만큼,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곳이 바로 1960년대 강촌이었습니다 아직 한강수계에 댐이 만들어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강촌 상류의 의암댐, 춘천댐, 소양댐 등이 없었고요 그래서 금강산에서 내려온 북한강과 설악산에서 내려온 소양강의 맑은 물줄기가 합쳐서 휘돌아 내려왔고, 자욱하게 낀 물안개와 북한강을 볼 수 있는 경치가 남달랐던 '강촌'은 누구나 꿈꾸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우리 마음 속 고향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날이 새면 물새들이 시름없이 나는 꽃피고 새가 우는 논밭에 묻혀서 씨뿌려 가꾸면서 땀을 흘리며 냇가에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서 조용히 살고파라 강촌에 살고싶네 해가 지면 뻐꾹새가 구슬프게 우는 밤 희미한 등불 밑에 모여 앉아서 다정한 친구들과 정을 나누고 흙 내음 마시며 내일 위해 일하며 조용히 살고파라 강촌에 살고싶네" '강촌에 살고 싶네'는 1969년 나훈아 선배님이 발표하면서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는데요 1969년 한해 동안 나훈아 선배님은 '강촌에 살고싶네'뿐만 아니라, '사랑은 눈물의 씨앗'과 '님 그리워'까지 크게 히트시키면서 잊지 못할 한해를 보냈고요 '강촌에 살고 싶네'는 우리 모두가 품고있는 고향의 정서를 가득 담아내면서 이후 이미자 선배님, 박일남 선배님 등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로도 취입되면서 시대를 넘나드는 명곡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강촌리 삼거리 자전거도로 입구에는 '강촌에 살고 싶네' 노래비도 세워졌는데요 노래비 주변에는 가사에도 등장하는 수양버들이 심어져 있고, 노랫말이 조각된 노래비엔 음향장치가 있어서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강촌에 살고싶네'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하지요 지금 강촌의 모습은 노래에 등장하는 옛 풍경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인기휴양지로 개발되면서 1970년대엔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1980년대에는 대학생들의 MT장소로 유명세를 떨쳤고요 지금은 근처의 구곡폭포와 문배마을, 등선폭포와 삼악산, 그리고 이제 폐역이 된 강촌역과 김유정역(신남역)을 잇는 레일바이크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면서 예전의 고즈넉하고 한적했던 강촌마을의 정취는 이제 찾기 힘들어졌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촌'이라는 말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꼭 가보고 싶은 낭만의 장소인 것은 변함없습니다 서정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르기 좋은 곡이 '강촌에 살고싶네'인데요 나직하게 이 노래 함께 부르시면서 마음의 근심 걱정 내려놓고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강촌의 풍경 속으로 떠나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