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시래깃국 - 양문규 시인 낭송((2020. 01. 20))

(영상시)시래깃국 - 양문규 시인 낭송((2020. 01. 20))

시래깃국 / 양문규   수척한 아버지 얼굴에 박혀 있는 검은 별을 본다 겨울은 점점 깊어가고 잔바람에도 뚝뚝 살을 내려놓는 늙은 감나무 열락과 고통이 눈 속으로 젖어드는 늦은 저녁 아버지와 시래깃국에 밥 말아 먹는다    세상 어떤 국이 얼룩진 자국 한 점 남김없이 지워낼 수 있을까 푸른 빛깔과 향기로 맑게 피어날 수 있을까 또 다른 어떤 국이 자잘한 행복으로 밥상에 오를 수 있을까 저렇게 부자간의 사랑 오롯이 지켜낼 수 있을까   어느 때라도 '시래깃국' 하고 부르면 일흔이 한참 넘은 아버지와 쉰을 갓 넘긴 아들이 아무런 통증 없이 공기 속을 빠져나온 햇살처럼 마주앉아 있으리라   세상은 시리고도 따뜻한 것이라고 내 가족 이웃들과 함께 함박눈을 밟고 겨울 들판을 휑하니 다녀와서 시래깃국 한 사발에 또다시 봄을 기다리는   수척한 아버지 얼굴에 박혀 있는 검은 별을 본다    -출처 시집『식량주의자』, 시와에세이, 2010 -양문규 약력-▸충북 영동출생 ▸1989년 『한국문학』에 「꽃들에 대하여」 외 1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여여하였다』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등 ▸전 민예총 총무국장, 실천문학사 기획실장,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등 ▸현재 계간 『시에』․ 반년간지 『시에티카』 발행인,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