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와 익선관, 명종과 세명의 왕손, 영조와 정순왕후, 정순왕후와 방석 #처세#일화#교훈#선조#명종#익선관#영조#정순왕후#역사#이야기
어느 날 명종은 덕흥군의 세 아들 하원군, 하릉군, 하성군을 대궐로 불렀다 명종은 왕손들을 앞에 앉혀 놓고 갑자기 임금이 쓰는 익선관을 벗어서 이들 앞에 놓았다 명종은 “너희들이 장성했으니 머리의 크기가 얼마나 커졌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하면서 한 번씩 익선관을 써보라고 시켰다 왕손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익선관을 썼다 다른 왕손들은 별생각 없이 익선관을 썼지만 막내 하성군은 얌전히 앉아 있으면서 익선관을 쓰지 않았다 이에 명종은 “너는 왜 익선관을 쓰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하성군은 “이것이 어찌 보통 사람이 쓸 수 있는 물건이겠습니까?” 하면서 정중히 사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명종은 하성군을 주목했다 그리고 자신의 병이 위독해졌을 때마다 하성군을 불러 간병을 맡길 정도로 신임했다 조선의 제13대 임금인 명종은 왕비인 인순왕후 심씨와의 사이에 순회세자 하나가 있었을 뿐, 후궁에게서도 아들이 없었다 그런데 순회세자가 13세 때 갑작스럽게 요절하여 후계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1567년 6월, 명종이 갑자기 33세로 승하하자 하성군이 왕위를 이었다 하성군이 바로 조선 14대 임금인 선조이다 하성군은 신하의 본분을 지켜 왕이 쓰는 익선관을 쓰기를 거부하여 명종의 주목을 받고 명종의 승하 후에 왕이 되었다 한편 영조가 왕비를 뽑을 때, 정순왕후가 다른 후보자와는 달리 자신의 아버지 이름이 적인 방석에 앉지 않았다 아비의 이름이 적힌 방석에 감히 앉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정순왕후가 자식으로서의 본분을 지킨 것이 영조의 마음을 움직여 왕비로 간택된다 이는 신하된 자로 임금이 쓰는 익선관을 감히 쓰지 않아 명종의 눈에 든 선조의 예와 유사하다 사람은 본분을 지키는 사람을 선호한다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안정감이 있다 선조가 된 하성군이나 정순왕후가 한 작은 행동은 평소의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명종과 영조는 주목한 것이다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소소한 언행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