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공장 경비원…모호한 계약서도 문제 / KBS  2023.03.22.

‘사각지대’ 공장 경비원…모호한 계약서도 문제 / KBS 2023.03.22.

[앵커] 기업체나 공장 경비원이 본래 업무가 아닌 일을 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강요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보도 전해드렸는데요 취재진이 경비원과 이들을 고용하는 도급업체, 또 실제 일 하는 사업장 사이에 각각 작성된 계약서를 봤더니, 업무 내용이 지나치게 모호하게 작성돼 있었습니다 경찰도 이번 사건에 대해 법 위반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보도에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남의 한 제조업체에서 경비 업무를 하던 69살 A 씨 계약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A 씨는 고용 기간 일상적인 경비 업무 외에도, 화장실 비품을 채우거나, 야근 직원들을 위한 식사 챙기기까지 도맡아야 했습니다 [경비원 A 씨/음성변조 : "(제조 업체 사업장에) 화장실이 여섯 개예요 저녁 먹고 나면은 비누 같은 거 갖다 놓고 휴지도 떨어지면 거기다 갖다 끼우는 그런 것도 시켰고요 "] 관련 법상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체와 도급업체가 쓴 계약서에는 업무 내용이 "경비업무 외 사업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지시한 전반적인 사항"도 포함됐습니다 해당 제조업체는 도급 계약서에 경비원의 업무 내용을 다 쓸 수 없어, 주요 업무를 면접이나 인수인계 때 전달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런 모호한 계약 내용이 더 많은 일을 시키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현철/직장갑질 119 사무국장 : "(이 계약서의) 문구가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입니다 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을은 따를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 2년 전 시행된 이른바 '경비원 갑질 방지법'에는 과태료 천만 원까지 처분이 가능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일하는 경비원에게만 해당합니다 전국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은 약 30만 명, 공장이나 빌딩 경비원 현황은 아직 집계조차 되지 않습니다 한편 경남 경찰은 해당 공장에 경비 인력을 제공한 도급 업체를 상대로 경비업법을 어긴 사항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백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