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에 빠졌다! 매일 반복되는 삽질의 연속,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평생 집안으로 쏟아지는 모래를 퍼내야 한다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는, 모래 안과 밖의 세계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6분 안에 뚝딱! 플레이🎵 00:00-05:51 줄거리 재구성 낭독 05:52-06:38 노태훈 문학평론가의 작품 소개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모래의 여자』를 교보문고에서 📖 노태훈 평론가의 평론 ✏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는 모래땅에 사는 곤충 채집을 위해 방문한 낯선 마을에 갑자기 갇혀 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 모래 구덩이의 함정에 빠져서 탈출을 위해 분투하다가 함께 기거하는 여자를 통해 삶의 의미를 재인식하게 되는 작품인데요 ‘과연 이 남자는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도주 수단은, 그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로 끝나고 있고, 말미에 실종 7년이 경과됨으로써 사망 처리되는 서류가 제시됩니다 남자가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은 것은 분명한데 그는 과연 그곳을 떠났을까요? 아니면 그곳에서 계속 살게 되었을까요? ‘여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소설의 결말은 이처럼 많은 질문을 남기고 열려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역시 ‘모래’일 것입니다 계속해서 쌓이고 날리며 몸에 들러붙는 이 모래는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일상, 고뇌 같은 것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종종 등장하는 ‘뫼비우스의 띠’와도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겠고요 ‘실종’이라는 모티프도 매우 중요합니다 소설 속 남자는 자신의 이름인 ‘니키 준페이’를 곤충 도감에 남기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삶도 죽음도 아닌 ‘사라짐’을 통해 이름을 남기게 되는 역설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를 통해 인간의 존재란 어떤 의미일지 독자는 고민하게 됩니다 실존주의적 전후소설의 전형으로도 읽히는 이 작품은 작가 아베 코보가 ‘만주’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소설의 배경인 모래땅이 만주 벌판의 사막과도 같은 황량함에서 왔음을 짐작할 수 있고요 아방가르드 그룹을 결성해 전위적인 활동을 다방면으로 펼쳤던 이력을 떠올리면 이 작품이 초현실주의적인 텍스트로 읽힐 수 있을 듯 합니다 『모래의 여자』는 출간 직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작가 본인이 직접 각본을 써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칸 영화제 특별상을 받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고요 다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이 소설이 일종의 남성 판타지 서사에 가깝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이름 없이 ‘모래의 여자’로 지칭되는 여성 캐릭터가 남성 주인공의 각성을 위해 도구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흥미로운 서사적 경험을 가져다준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읽고 난 후 이야깃거리도 풍부한 작품이니 기회가 되신다면 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6분클래식 #모래의여자 #아베코보 #고전문학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