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3 [뉴스G] 세계가 하나의 언어로‥국제 공용어 '에스페란토'
1800년대 후반,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비아위스토크는 신흥 방직업 도시로 러시아계․폴란드계․유대계․독일계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입니다 당시 이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했고 잦은 분쟁을 겪곤 했는데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멘호프는 이러한 적대감과 분열의 원인이 바로 다른 언어에 있다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1887년 7월 그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국제 공용어를 발표합니다 이 인공 언어는 자멘호프의 필명에서 따온 ‘에스페란토’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죠 다양한 유럽언어의 장점만을 모아 만든 에스페란토는 문법에 예외나 불규칙이 없고 어순이 바뀌어도 상관없는 등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게다가 자국민끼리는 모국어를 쓰고 다른 민족끼리는 공통어를 쓰자는 ‘1 민족 2 언어주의’를 주창하며 강대국의 언어가 다른 나라나 소수 민족의 언어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평화적 발상도 담았는데요 이처럼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에스페란토는 탄생부터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나치 치하의 독일은 자멘호프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에스페란토로 인한 유대인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홀로코스트 기간에 수많은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이 학살됐고 1935년에는 에스페란토가 법적으로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구소련의 최고지도자였던 스탈린은 직접 에스페란토를 공부했을 정도로 세계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1인 독재를 위해 대숙청을 벌이는 동안 마음이 180도로 바뀐 그는 에스페란토를 스파이의 언어로 지칭하며 1956년까지도 에스페란토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는 단 몇 시간 만에 에스페란토를 익혔다는 일화로 유명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미국의 백만장자 조지 소로스도 열렬한 에스페란토 사용자였습니다 1920년 우리나라에도 조선에스페란토 협회가 창립되는 등 지식인들로부터 시작된 에스페란토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백 삼십여 년의 역사를 걸어온 에스페란토는 현재 전 세계 약 200만 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은 자멘호프가 태어난 날이자 에스페란토의 날이었습니다 평화의 언어라는 에스페란토, 만국 공용어 실현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이 퇴색되어가는 그 의미만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