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2021년 3월 14일   사순 4주일 감사성찬례 [성공회 대학로교회]

(설교) 2021년 3월 14일 사순 4주일 감사성찬례 [성공회 대학로교회]

(10시 55분 시작) 2021년 3월 14일 사순 4주일 감사성찬례 [성공회 대학로교회] 1독서: 민수 21:4-9 2독서: 에페 2:1-10 시편: 107편 복음서: 요한 3:14-21 성서이야기: 참을 수 없는 하느님의 사랑 [박성순 야고보 사제] 오늘 읽은 요한복음 3장 16절은 성서에서 가장 친숙한 구절입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 성서에서 가장 많이 암송되고 있는 이 짧은 성서구절은 성경 전체를 한 구절로 단순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대개 16절은 따로 떼어져 인용되고 있지만 니고데모와 예수님의 대화에 이어지는 말씀의 일부입니다 유대교 지도자인 니고데모는 앞서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셨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민수기 21장의 말씀을 들려 줍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백성들은 “우리를 이 광야에서 죽일 작정입니까? 이 거친 음식은 이제 진저리가 납니다” 라고 불평하며 모세에게 대들었습니다 계속되는 불평에 인내가 끊는 점에 도달하신 하느님은 불 뱀을 보내어 이스라엘 백성들을 물어 죽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느님께 대든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회개하자 모세를 시켜 “불 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놓고 그것을 쳐다보게 하라 그러면 죽지 않으리라” 고 말씀합니다 모세가 하느님이 시키는 대로하자 구리 뱀을 쳐다 본 사람은 죽지 않고 치유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어리석고 불온한 태도에도 그들 앞에 흐르는 생명의 강을 마르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뱀이 정말로 죽음이나 생명에 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스라엘 백성들의 눈을 들어 자신들이 지은 죄와 잘못을 직시하고 마음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복종시켰을 때 다시 살아 날 수 있었습니다 불 뱀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하느님은 죄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운명이 다시 살아 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것이 회개입니다 사순절은 성찰과 회개 그리고 기도의 시간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지나 마침내 우리가 빛나는 부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도록 주님께서 우리의 믿음을 되돌릴 수 있게 허락한 시간입니다 로마서 3장에서 “모든 사람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다” 고 말하는 사도 바울로는 시편 14편을 인용하여 “올바른 사람은 없다 단 한 사람도 없다 깨닫는 사람도 하느님을 찾는 사람도 없다” 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사순절기 중간 지점에 이른 지금 우리는 재의 수요일 머리에 재를 받으며 생각과 말과 행실로 지은 죄를 눈물로 고백했던 것을 다시금 상기해야 합니다 요한복음은 옛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을 죽인 뱀을 바라보는 것으로 치유 받았던 것처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구원이라고 말합니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불 뱀의 형상이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의 상징이 되었듯, 억압과 고문 그리고 처형의 도구인 십자가가 부활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을 상기시키는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요한복음 3장 16절의 말씀을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지 않는 사람은 멸망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하게 하여 주셨다” 라고 읽으며, 나와 다른 믿음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배제하는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17절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말씀합니다 그래서 성서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 문맥에서 읽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교회의 포로가 되게 하거나 신앙을 ‘예수 천당, 불신 지옥’ 과 같은 공식으로 만들려고 시도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도덕적 원칙을 사람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게 되면 우리의 사고를 뒤틀리게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선택받은 것은 그들이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이 땅의 유일한 민족이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분의 사랑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본보기가 되도록 부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이방인들을 차별하고 율법이 정한 안식일조차 쉴 수 없는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공동체에서 배재하려고 했을 때 하느님의 마음이 그들에게서 떠나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하셔서 하나 뿐인 아들을 주셨으니 우리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를 추구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사랑하고 일하며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믿음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 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의 운명을 그분 안에 둔다는 것입니다 우리 손에 들고 있는 우리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그분의 손에 맡겨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럴 수 있을 때,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은 빛이 있는 데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그가 한 일은 모두 하느님의 뜻을 따라 한 일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하신 말씀은 우리를 향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