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같은 거짓, 가짜뉴스

진실같은 거짓, 가짜뉴스

지난해 한 인터넷 사이트에 눈에 띄는 속보가 등장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했다. 삼성측은 사망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기사는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고, 삼성 그룹 주가는 크게 출렁거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기사는 2년 전 한 언론의 오보를 교묘히 조작한 가짜 뉴스였습니다. 얼마 뒤 이 사이트에는 또 다른 속보가 등장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미국 유명힙합 가수 닥터드레와 결혼한다"는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가짜 뉴스 역시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세탁 시도라는 주장과 함께 SNS를 통해 빠르게 유포됐습니다. 이렇게 누군가 어떤 목적을 위해 조작해내는 '가짜 뉴스'는 이전부터 드물긴 하지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가짜 뉴스들이 국내외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짜 뉴스'들은, 누가, 어떻게, 그리고 왜 만드는 걸까요. 녹취 KBS 뉴스(지난 10일) : "코스피는 한 달여 만에 2,130선대로 밀렸고, 코스닥은 연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0일 국내 주식 시장이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방위산업 관련 주만은 급등했습니다. 미국이 4월 27일 북한을 폭격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급속하게 퍼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NBC의 뉴스 앵커가 오산 미군기지를 찾아 방송을 했는데, 27일을 북폭 시점으로 전망했다는 겁니다. 실제 방송 내용은 어땠을까. 녹취 NBC뉴스 : "오산부터 북한까지의 거리는 볼티모어에서 워싱턴까지의 거리에 불과합니다. 50마일이 채 안됩니다. 이 기지의 슬로건은 '오늘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됐다'입니다." 녹취 NBC뉴스 :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기지를 방어해줍니다. 화학 공격에 대한 준비도 상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항공팀은 항상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미군 방어 태세를 전달한 보도일 뿐, 27일 북폭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북폭설의 또다른 근거는 한 일본 사이트였습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4월 말 끝난다. 4월 27일은 달빛이 없는 밤(초승달)이어서 북한을 공습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 블로그에 불과했지만 마치 언론사 기사인 것처럼 오인됐고 북폭설은 정부가 진화에 나설 정도로 퍼졌습니다. 인터뷰 문상균(국방부 대변인/지난 11일) : "최근 sns 등에서 유포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 등에 대한 과장된 평가에 대해서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드립니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조작한 뉴스는 최근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2018년부터 군복무 단축결정 1년에 30일씩 줄어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의 탄핵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미국 CNN에 말했다." 인터뷰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과) : "예전에는 기성 언론사에서 만우절이라든지 농담처럼 유포를 한다든지 아니면 일반인들이 어떤 장난 수준에서 유통하는 그런 것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경제적인 이득을 취한다든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그런 류의 가짜뉴스가 많아진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짜뉴스는 얼마나 정교할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최근 뉴스 소비자 천 여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진짜뉴스 2개와 진짜뉴스를 교묘하게 조작해 실제로 인터넷에서 퍼졌던 가짜뉴스 4개를 섞어서 진짜뉴스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가짜 뉴스를 정확하게 판별한 국민은 1.8%, 백명중 2명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사람들이 믿고 싶은 사실을 전달할 경우에는 이 내용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진짜로 믿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선택적 인지편향 같은 것도 있겠지만 이 가짜뉴스 내용들 대부분이 사람들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내용을 교묘히 조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아니더라도 실제와 같다라고 믿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