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당진 "도시농부"

가을의 당진 "도시농부"

가을의 당진 "도시농부" [2020/09/18/금]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충남 당진의 "도시농부" 주말농장에 갔다. 꽃으로 뒤덮였던 도시농부 주말농장은 이제 꽃이 많이 지고, 수많은 과일들이 결실을 맺고 있었다. 그 많고 화려하던 꽃대궐이 사라진 건 아쉬웠지만 꽃이 져야 과일로 결실을 맺는다는 세상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니 그건 꼭 아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여기게 되었다. 도시농부 과수원엔 정말 많은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한 줄기의 포도나무에 엄청나게 많은 포도송이들이 달려있는 걸 본 것이다. 테라스 앞의 그늘막을 이룬 청포도도 그랬고, 잘 크면 무려 90cm에 달할 정도의 거대한 포도송이가 된다는 온실 내의 홍삼척(紅三尺)도 그랬다. 사과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익어가는 모양이 달랐는데, 대추와 감은 아직 덜 익어있었다. 밤나무에서는 익은 밤송이에서 밤톨들이 떨어져서 가을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아직은 덜 익었지만 일부 익은 무화과도 수확을 하여 그 맛도 봤는데 부드러운 과육이 매우 달았다. 중간에 도시농부 주말농장에서 약 14km 정도 떨어진 해변, 해돋이와 해넘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해변이라는 왜목마을에 갔었다. 사람이 누워있는 형상이라하여 와목(臥木)으로 불리던 곳인데, 그게 충청도 방언으로 왜목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거기 간 것은 집사람이 사진교실의 과제 사진을 촬영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전에 한 번 갔을 때는 그 해변이 꽤 작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방파제 끝까지 가 보니 해변이 꽤 크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왜목마을의 바닷물이 동해안처럼 푸르렀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가는 강화도 쪽의 희뿌연 서해바다가 아니고 거긴 맑고 푸르러서 방파제에서 내려다보면 밑바닥까지 생생하게 보일 정도였다. 주변에 낚시배가 많이 떠있고, 새파란 가을 하늘이 펼쳐진 가운데 멀리 수평선까지 잘 보이니 그 풍경은 정말 평화로웠고, 마음을 평안케 해주었다. 도시농부 농장을 떠나와 하루의 여행 중에 찍은 사진과 무비 클립들을 모아 동영상을 만들었다. 그 제목은 An Urban Farmer이다. 그게 The Urban Farmer가 아닌 이유는 이번엔 주말농장인 후자보다는 "한 도시농부"의 노고를 그린 내용으로 보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진의 한 도시농부 차두현 선생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은 '누가 월급을 주고 하라고 해도 주말농장을 가꾸고, 유지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라는 것. 방문객의 눈에 아름답고도 깔끔하게 보이는 그 주말농장 "도시농부"의 모든 것은 대단한 노력(努力)과 노역(勞役)의 결과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미칠 수 있고, 그럴 때는 수퍼맨 같은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도시농부 차두현 선생에게는 주말농장을 가꾸는 일이 오랜 꿈이었고, 그걸 이룬 것이니 그 힘든 일을 마다 않게 된 것이겠다. 그러나 좋아해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멋진 주말농장을 유지하는 일, 그건 내게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 차두현 선생께서 우리에게 그 농장 온실 한 켠의 잡초(?)를 한아름 베어주셨다. 지난 5월에 거길 방문했을 때 그러셨던 것처럼... 괜찮을 듯하여 심어놨더니 너무 잘 자라고, 여기저기 퍼져서 골치거리가 된 도시농부의 잡초, 그 식물의 이름은 "페퍼민트"와 "애플민트"이다.^^ 5월에 베어온 페퍼민트는 잘 씻어서 음지에서 말린 후에 파삭파삭하게 마른 이파리는 부숴서 보르미올리 밀봉병에 담아뒀고, 줄기는 잘게 잘라 2리터 주전자에 음용수를 끓일 때 넣어 우려 마셨다. 보르미올리 병에 담아둔 페퍼민트는 어찌나 질이 높은지 우리가 즐겨 구입했던 이파니의 제품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우월했다. 그걸 우려마실 때마다 우리는 감탄하곤 했다. 향이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맛이 났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지리산에서 재배한 페퍼민트를 대량으로 구입해서 지금까지도 그게 남아있는데, 그걸 우려냈을 때는 왠지 향은 강하나 좀 칼칼한 뒷맛이 있었는데, 도시농부의 페퍼민트는 그렇지 않았다. 페퍼민트가 건조된 걸 보면 우리가 말린 것은 음지에서 말려서인지 푸른색이 많이 도는데, 지리산 것은 완전 갈색이다. 그건 햇볕에서 말린 듯하다. 이번에는 페퍼민트를 수확한 후에 그곳에서 바로 세척하고, 햇볕에 말렸다. 그게 편할 듯하여... 그리고 그걸 집으로 가져와 더 말리고 있는데 아뿔싸(!!!) 거의 다 마른 페퍼민트 잎이 거무튀튀하다.ㅜ.ㅜ 거길 떠나오기 전에 집사람이 도시농부 정문으로 향하는 길가에 있는 애플민트를 여러 다발 더 채취해 왔다. 집에서 그것도 함께 말리고 있는데 그 애플민트만 처음의 녹색을 그대로 유지한 채 건조되고 있다. 앞으로는 햇볕에서 말리는 일은 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