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촌-김규환, 서울모테트합창단 Seoul Motet Choir | 코로나19위로의노래 44

남촌-김규환, 서울모테트합창단 Seoul Motet Choir | 코로나19위로의노래 44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 김규환 Namchon Kyuwhan Kim 서울모테트합창단 코로나19 위로의노래 44 Seoul Motet Choir Covid19 Song of Comfort 44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제가 태어난 곳은 경기도 광릉(남양주 진접)입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불과 30-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제 가 어렸을 땐 북한과 가까운 접적 지역이라 해서 국토와 경제 개발에 있어 사각지대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서울에 근접한 지역이었음에도 마치 오지와 같이 70년대 중반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곳이죠 그야말로 산과 들을 맘껏 누비며 자연과 함께 뒹굴던 꿈 같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선친께서 공무원이셨기에 농사를 손수 짓는 것은 일부였지만 우리 소유의 논밭과 키우던 가축들도 있었기에 나름 시골 전원생활을 제대로 경험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시골 생활이었지만 그 당시 경험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가 하나 있었는데 그 유일한 문명의 이기는 바로 트랜지스터 라디오였습니다 붉은 벽돌 크기의 라디오(미군 부대 PX 물건인 듯함)에 라디오와 거의 같은 크기의 배터리를 등에 업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여름날 멍석을 깔아 놓은 집 안마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은 온 가족들이 둘러앉아 석양을 벗 삼아 듣던 라디오는 최고의 낭만이었고 지금까지도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 당시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음악과 드라마 뉴스 등 각종 정보가 어린 제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함께 많은 상상력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그 라디오를 통해 울려 나오던 “이회택 선수” “이회택 선수” “신동파 선수”“신동파 선수” 하던 스포츠 중계와 무슨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박학다식의 대명사이셨던 대 학자 양주동 선생님의 위트 넘치는 음성을 들었고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 드라마 프로그램 ‘김삿갓 북한 방랑기’의 나레이터 소리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라디오 청취의 백미는 음악을 듣는 것이었는데 당시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원로들이 된 젊은 통기타 가수들의 노래와 민족 수난의 역사 속에 국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옛 가수들의 노래는, 저에겐 이후 심취하게 된 클래식 음악 못지않은 감흥을 주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당시 국내에 클래식 음악이 전혀 활성화되어 있지 못했던 시기였기에 목소리와 음악의 재능 뛰어났던 수많은 사람이 대중음악으로 대거 유입되었는데, 후에 생각해 본 것이지만 당시 대중가요 가수 중에 음성이 좋은 분들이 많았기에 그들이 성악을 공부했어도 충분히 가능했겠다는 생각을 해 보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렛토의 질다에 소프라노 박재란, 패티김, 막달레나에 메조소프라노 나애심, 문주란, 만토바공작에 테너 안다성, 남인수, 리골렛토에 바리톤 조영남, 배호, 스파라풋칠레에 베이스 현인, 남일해 훌륭한 캐스팅 될 듯 합니다 이분들 중 1950년대 후반 데뷔하고 70년대 초반까지 국내 가수 중 음반을 가장 많이 내고 큰 인기를 얻었던 박재란 씨의(본명 이영숙) 청아한 음성과 나무랄 데 없는 발성 정확한 발음에 고상하고 뛰어난 음악성에서 나오는 노래는 그녀를 내 마음속 최초의 프리마돈나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박재란씨는 10대 중반의 나이에 미 8군 무대에 데뷔했고 이후 우리나라 서양음악과 교회음악 선구자였던 고 박태준 선생께 발탁되어 그분의 문하에서 음악의 기초를 다지게 되었고 이후 그녀를 수양딸 삼은 박태준 선생께서 붙여 준 박재란 이라는 예명으로 데뷔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음악에 대한 탄탄한 기초를 배경으로 그녀는 당시 대세였던 트로트 풍의 노래를 하지않고 폴카, 트위스트, 룸바, 탱고, 삼바, 부기우기 등 매우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분위기의 노래를 모두 소화할 수 있었는데 그런 뛰어난 음악성을 바탕으로 어렵던 시절 밝고 희망적인 노래들을 많이 불러 크게 인기를 얻었던 것입니다 그녀가 20대이던 1965(1958?)년 발표한 노래가 바로 ‘산 너머 남촌에는’(남촌)이었는데 이상향을 동경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이 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서사시인 ‘국경의 밤’의 작가인 파인 김동환 선생의 시에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김동현 선생이 곡을 붙인 작품인데, 하와이안 기타 반주를 배경으로 박재란 씨의 아름다운 음색과 세련된 음악성으로 부른 노래는 어린 제 마음에 꽤 큰 감흥을 주었고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기억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이같이 온 국민의 마음속 추억의 노래로 남아있던 ‘산 너머 남촌에는’의 노랫말로 작곡된 ‘남촌’이라 는 클래식 합창곡이 있습니다 박재란씨의 노래가 발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80년대 초 KBS 어린이 합창단을 지휘하셨던 고 김규환 선생이 쓰신 합창 곡으로 (1979년 작곡) 이 또한 많은 사람의 사랑 을 받는 명 합창곡입니다 하와이언 기타 반주에 다소 흥겨웠던 박재란씨의 노래에 비해 다소 차분하고 진지한 흐름의 합창곡 ‘남촌‘을 처음 접했을 때, 이 곡의 가사가 그 곡의 가사와 같은 것인가 하고 생각도 하고 실제로 가사를 확인해 보기도 할 정도로 분위기가 다른 곡이었고 좀 어색한 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합창곡 ’남촌‘은 아주 차분한 분위기에 논리적으로 시를 풀어 가는데 기,승,전,결의 가사의 내용을 서정적으로 표현했고 슈베르트 가곡풍의 유절가곡 형식을 취하고있고 무엇보다 곡 전체에 흐르는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와 물 흐르는듯 자연스런 흐름의 참 아름다운 곡입니다 특히 이 곡의 노랫말 중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오리”라는 구절이 있는데 앞부분에서 시각, 청각, 후각을 망라한 봄철이 전해주는 정겨운 풍경을 여러 가지로 이야기하고 그것들과 함께 또 다른 그 무엇이라도 모두 다 가져다줄 것 아닌가? 라고 하는 정말로 멋진, 강한 긍정의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됩니다 이 멋진 가사를 작곡자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음악적으로도 가장 느낌이 풍성하고 멋스러운 선율과 화성으로 표현을 하고 있는데 ’기, 승, 전‘에서 ’결‘로 넘어가는(A-B-A’의 구조로 볼 땐 A’로 돌아가는 부분)부분의 음 진행을 노래의 처음과 살짝 바꿔 (‘어느 것’의 ‘어’ 부분) 클라이 막스의 긴장을 이어주는 위로부터 끌어 내리는 선율의 흐름으로 최고의 표현을 했습니다 고 김규환 선생님은 평생 많은 곡을 남기셨지만 저는 이 곡을 선생님 최고의 인생작으로 꼽으며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봄노래 명가곡들인 Frühlingsglaube (봄의 신앙), Frühlingssehnsucht (봄의 동경), Gott im Frühling (봄날의 신)에 견줄수있는 참 훌륭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촌 김동환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이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대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그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들엔 호랑나비 떼 버들가지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대나 2021 09 09 서울모테트합창단 지휘자 박치용 ────────────── 김규환 남촌 Seoul Motet Choir Conductor | Chee-Yong Park Piano | Sookyung Lee 서울모테트합창단 지 휘ㅣ박치용 피아노ㅣ이수경 서울모테트합창단 한국가곡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