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대신 사죄드립니다" 노신사 10억대 유물 기증

"日 정부 대신 사죄드립니다" 노신사 10억대 유물 기증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일본군위안부가 단적인 예죠 일본의 한 국민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20여 년 모은 보물을 부산시에 기증합니다 " 일본 정치권이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오는 15일은 광복 68주년이다 20여 년간 중국의 문방사보(文房四寶·종이 붓 먹 벼루를 일컬음 여기에선 종이 대신 도장을 포함)를 수집한 치과의사 출신의 일본 노신사가 부산시에 수집품 296점을 기증했다 중국 의료봉사 때 모은 문방사보 등 최소 10억 가치 부산시에 기증 "일본 내 선량한 사람들 많아 행동하는 양심 많이 나왔으면 " 일본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 시에 살고 있는 미야자키 사쓰키(宮崎五月·82·아래 사진) 씨는 지난 5월 부산박물관에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갖고 있던 문방사보를 아무 조건 없이 기증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수집을 계획하면서부터 미야자키 씨는 한국에 기증하는 것을 염두에 뒀고, 구입에 들인 돈이 약 5천만 엔에 이르렀다 지난 9일 기증품을 넘겨받은 부산박물관은 현재 가치로는 최소 1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 귀한 물품을 한국에 기증하는 것일까? "일본 내에는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 저처럼 생각하는 선량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 기증을 계기로 행동하는 일본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일본 내 일부 위정자들은 식민지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지만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분발을 기대하는 메시지를, 미야자키 씨는 남겼다 일부 정치인의 잘못된 언행을 일본 국민 전체에 투영시키지는 말아 달라는 부탁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와 기타큐슈에서 치과의사로 예순까지 일한 그는 1991년, 아무도 강제하지 않는 퇴직을 자처해 중국 하얼빈으로 훌쩍 건너갔다 중국 국립치과병원 명예원장을 맡아 의료봉사를 하고, 수억 원대의 의료 기자재를 그곳에 아낌없이 기증하기도 했다 봉사활동 틈틈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문방사보를 중국 내 여러 곳을 다니며 사 모았다 그가 부산을 기증지로 택한 것은 한국에서 기타큐슈와 가장 가까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로 50분 거리다 미야자키 씨가 기증한 296점의 유물은 벼루 51점, 먹 49점, 붓 103점, 도장 93점이다 수도 많지만 유물의 가치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벼루 중에는 최상급 단계석(端溪石)으로 만들어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 국보로 전시된 것과 비슷한, 가로 45㎝ 세로 60㎝ 크기의 단계연이 눈길을 끈다 먹은 18나한상과 십이지신상 등을 금박으로 새겨 넣은 감상용 먹이 주종을 이뤘다 중국 최상급 소재인 송연묵으로 판명될 경우 먹 한 점에 최고 30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밖에 붓대가 옥 칠보 자기 등으로 다양한 붓과, 수정 옥 상아 등을 소재로 화려한 조각 기술을 보여 주는 도장이 포함됐다 부산박물관 양맹준 관장은 "광복절을 앞두고 양심적인 일본인으로부터 귀중한 유물을 받게 돼 의미가 매우 크다"며 "기증된 유물의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밝히고, 기증자의 뜻을 널리 알리도록 기증 기념 전시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미야자키 씨 부부에 대해 감사패와 명예시민증 수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