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 - 운수 좋은 날

현진건 - 운수 좋은 날

1924년 『개벽』 48호에 실린 소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제목부터가 아이러니합니다 다른 날에 비해 운수가 좋아 아내가 원하던 설렁탕을 살 수 있게 된 그날이 바로 아내가 오랜 병고(病苦) 끝에 이 세상의 끈을 놓아버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독자들의 기대를 만들어 놓고 그 기대를 배반하는 방식, 즉 아이러니를 통해 현실의 혹독함을 고발하고 있는데, 그건 소설의 구조로 나타납니다 소설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희비가 엇갈리는 대립구조, 즉 아이러니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게지요 전반부는 인력거꾼인 '김첨지'의 잘 나가는 하루의 모습입니다 비록 며칠 째 앓아누워 있는 아내를 생각할 때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근래에 보기 드물게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이 잘될수록 불안은 커져갑니다 급기야 후반부에서는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상황은 급전환됩니다 전반부의 행복과 행운은 비극과 대조됨으로써 현실이 비참함을 더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겁니다 이 소설은 현실의 참담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줄 뿐 현실에 대한 총체적인 해석이나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건과 사건을 아이러니하게 대립시키는 구조로 연결시킴으로써 현실의 참담함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1924년 『개벽』에 실린 이후 초판은 1995년 태일소담출판사에서 출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