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추천35] 구절초/ 박용래(낭송:이선경/영상:개울)
[감상 및 해설] 시인의 가슴 속에는 저마다 시를 불러일으키는 상처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상처가 시의 힘이 되는 것이지요 박용래 시인에게는 ‘홍래 누이’에 대한 아프고 서러운 기억이 일생 동안 맘 속에 상처로 남게 됩니다 어쩌면 어머니보다도 더 시인을 살갑고 사랑스럽게 대해 주었던 홍래 누이, 홀아비에게 시집간 누이는 첫아이를 낳던 중 난산 끝에 그만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사랑하던 누이를 잃은 슬픔이 결국 박용래 시인으로 하여금 ‘눈물의 시인’이 되게 합니다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의 슬픔을 함께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 박용래의 시세계 박용래는 향토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세계를 순수하게 그려냈는데, 그의 향토 정서와 아름다움의 추구는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외경심이 짝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자연 현상조차도 예사로이 넘기지 않는 관찰력으로, 향토의 사물들에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포착해 내고 있다 박용래의 시는 중심이 아나리 주변부에 속하는 것, 힘차게 약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러져 가는 것 등에 보다 큰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생명을 가진 존재 일반에 대한 깊은 외경의 마음,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등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용래 시의 형식적 특성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언어의 절제와 표현의 간명함이다 한 행이 두 단어 내지 세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 '연시'에서도 확인되는 이같은 특성은 느릿느릿 흐르는 유장한 호흡과 상호작용이 어떤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고 대상의 안쪽과 대상이 지닌 아름다움을 정밀하게 관조하는 시인의 태도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또한 회화적 심상을 많이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박용래(朴龍來:1925-1980) 시인 *충남 부여 출생 강경상고 졸업 1956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 그는 향토적인 정서를 눈물겹도록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도로 간결한 표현과 행간의 여백을 추구하며 시를 씀 하관, 강아지풀, 저녁눈 등 다수의 대표작과, 시집 [싸락눈](69) 외에 대전에 있는 시인들과의 공동시집[청와집](7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