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무패 복서’가 첫 패배를 받아들이는 방법 [주말엔] / KBS 2024.06.02.

‘16년 무패 복서’가 첫 패배를 받아들이는 방법 [주말엔] / KBS 2024.06.02.

16년 동안 무패 행진을 이어온 한국 복싱의 '지지 않는 태양', 최현미(33) 선수가 지난 4월 경기에서 첫 고배를 마셨습니다 22전 21승 1무의 최현미 선수는 세계복싱협회(WBA) 페더급과 슈퍼페더급, 두 체급의 챔피언이었는데요 세 체급 석권을 위해 도전한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패배해 '검은 별'을 달았습니다 '무패 세계 챔피언'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최현미 선수를 KBS 취재진이 만나 패배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정말 다 해봤거든요 그런데 딱 '패' 한 번이 없었어요" 남녀 복서를 통틀어 현존하는 국내 유일 세계 챔피언 '3최' 최연소·최장수 챔피언 최현미 화려한 커리어만큼 첫 패배가 쓰라릴 만도 한데 최현미 선수의 태도는 의연했습니다 "승리 뒤에 따라오는 단어에 항상 '패'가 있거든요 그 모든 걸 감수하면서 가는 게 운동선수의 삶이기 때문에 " 이번 경기에서 최현미 선수에게는 한 가지 다짐이 있었습니다 페더급 7차 방어, 슈퍼페더급 10차 방어를 해내며 어느새 훌쩍 지나간 16년의 세월 곳곳에서 들려오는 '너 할 만큼 했다 은퇴할 때가 되지 않았니?'라는 물음에 답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나 아직 건재하고, 더 할 수 있고, 더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 그동안의 영광을 뒤로 하고 한 단계 높은 라이트급에서 캐나다의 제시카 카마라 선수와 혈투를 벌인 최현미 선수 비록 패배했지만 이번 패가 자신을 완전하게 만들 '화룡점정'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연승, 국가대표, 세계 챔피언의 영광만큼이나 패배의 교훈이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 "뼈는 붙을 거고, 재활은 하면 되고!" 이번 시합 3라운드에 최현미 선수는 왼손 엄지손가락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팔에 감각이 없어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10라운드 마지막까지 경기를 이어갔죠 회복은 순조롭지만 훈련 복귀까지 최현미 선수에게 약 5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5개월 동안의 공백은 현역 선수에게 상상 이상의 손실입니다 하지만 최현미 선수는 좌절하지 않고 그 이후를 준비합니다 "인대가 아니라 뼈가 부러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뼈는 붙잖아요 저와 시간과의 싸움이죠 " 뼈가 부러지면 더 단단하게 굳는 것처럼 패배 후 최현미 선수의 의지도 더 굳세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유산소 운동을 다시 시작하며 링 위에 돌아올 그날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오른손이 올라가는 그때 그 느낌 자신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훈련과 치명적인 부상을 감수해야 하는 스포츠, 복싱 위험천만한 복싱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최현미 선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성취감을 꼽았습니다 "제 오른손이 올라갈 때 그 느낌은 저 말고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그 희열이 24년 동안 저를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 갈고닦은 모든 걸 경기에서 남김없이 쏟아낸 후 찾아온 승리의 순간 그 순간에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에게 인정받는 느낌이 듭니다 ■ "최현미, 너 진짜 열심히 했다 잘했다" 최현미 선수는 다른 사람에게 받는 응원만큼 스스로에게 보내는 격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졌지만 시원하게 링에서 내려와 동료들에게 "야, 가자! 이제 놀자!"를 외쳤습니다 '찐한' 휴식은 마지막 힘 한 방울까지 쥐어짜낸 최현미 선수가 자신에게 주는 상입니다 "경기에서 질 수 있죠 그럼 열심히 놀고, 다시 시작해야죠 저는 지금 이 시간에 머물지 않아요 " 이번이 끝이 아니라 그다음 기회가 있음을 잊지 않는 것 최현미 선수가 패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입니다 ■ "대한민국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걸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무패 복서라는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린 최현미 선수는 이제 거칠 것이 없습니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화끈하고 재미있는 경기를 복싱 팬들에게 선보일 계획인데요 부상이 회복되면 복싱 시장이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동과 복싱의 메카 미국에서의 경기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최현미 선수는 앞으로의 변화에 팬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전했습니다 "제 다음 시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런 시합이 훨씬 재밌잖아요 " ▣ KBS 기사 원문보기 : ▣ 제보 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홈페이지 : ◇ 이메일 : kbs1234@kbs co kr #최현미 #챔피언 #W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