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 [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림자 아이들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제가 부모를 고소했어요 왜 고소했지요? 나를 태어나게 했거든요" 레바논 빈민촌의 열두 살 소년은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그림자 아이' 입니다.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방임과 학대를 당하며 배달과 행상으로 살아갑니다. "사는 게 내 신발보다 더러워요" 구효서 단편소설 '명두'에서 여주인공은 6·25를 전후해 세 아기를 낳자마자 산동네 굴참나무 아래 묻었습니다. 열 살 안팎 남매도 밥 먹듯 굶겨야 했기에 아이를 더 키울 엄두를 못 냈지요. 하루도 빠짐없이 굴참나무를 찾아가던 그는, 어린 여자아이 혼령이 내린 무당 명두가 됩니다. 그렇게 30년이 흘러 산동네가 개발되면서 굴참나무가 뽑힐 처지가 됐습니다. 그가 온몸으로 나무를 막아서며 말합니다. "잊지 않았으니까…" 그에게 나무는 살기 위해 죽여야 했던 아이들의 영혼이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아기가 태어나 백일 안에는 호적에 올리지 않는 집이 많았습니다. 병이나 굶주림으로 아기가 죽으면 후미진 골짜기에 '애장'을 했지요. 관도, 봉분도 없이 돌로 덮어 묻었습니다. 엄마는 차마 따라가지 못하고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 2천2백 서른여섯 명을 조사해 가면서 어제까지 열다섯 명의 죽음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이 지자체 의뢰를 받아 수사 중인 사건도 4백 건에 이릅니다. 부산에서는 8년 전 출산 후 숨진 아기를 야산에 매장했다는 40대 여성이 붙잡혔습니다. 거제에선 20대 아버지가 생후 닷새 된 아기를 살해해 천변에 유기했다고 자백해 수색에 나섰습니다. 청주에서는 미혼모가 인터넷에 아기 입양하겠다고 올려 만난 여성에게 병원비를 받고 아기를 넘긴 혐의로 조사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 네 명을 사들여 입양 가정에 팔아넘긴 브로커가 붙잡혔지요. 중국의 미신고 '어둠의 아이들' 같은 일이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는 게 부끄럽습니다. 이미 2008년에 발의됐던 출생통보제 법안을 국회가 이제야 부랴부랴 통과시킨 것도 한심합니다. 나아가 병원 밖 출산을 병원으로 끌어오려면 익명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기에 처한 산모의 출산을 국가와 사회가 따뜻하게 끌어안고 도와야겠지요. 인도 시성 타고르는 아기를 '신의 뜻'이라고 찬미했습니다. "모든 아기는, 신이 인간에게 실망하지 않았다는 전갈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했지요. 못 먹고 못살던 시대의 비참한 '애장'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이어지는 건, 섭리를 저버리는 두렵고 참람한 일입니다. 7월 5일 앵커의 시선은 '그림자 아이들' 이었습니다. #유령영아 #출생통보제 #보호출산제 [Ch.19]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합니다. 👍🏻 공식 홈페이지 http://news.tvchosun.com/ 👍🏻 공식 페이스북   / tvchosunnews   👍🏻 공식 트위터   / tvchosunnews   뉴스제보 : 이메일([email protected]),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